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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명작 게임들의 화려한 부활…우리는 그때 게임에 왜 열광할까

입력 : 2017-05-16 16:04:02 수정 : 2017-05-16 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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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성규(33)씨는 15년 전 게임을 최근 CD로 구매했다. 이 게임을 즐겁게 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겨 오랜만에 그때의 설렘을 느끼고 싶어 집어들었다고 한다.

정작 게임을 실행한 지 얼마 안 돼 김씨는 실망하고 말았다. 이전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탓이다. 당시와 비교해 모니터의 해상도가 높아진 탓에 게임 화면은 뭉개졌고, 그래픽도 인제 보니 촌스러웠다.
 
그는 “재미는 있는데, 그래픽이 요즘과 맞지 않았다”며 “이 게임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있던데 그걸 기다려야겠다”고 기대했다.

프로그래머 기노빈(31)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교 때 즐겨하던 PC 게임이 모바일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들떴다. 학창 시절 이 게임의 엔딩 장면을 몇 차례나 찾아볼 정도로 좋아했던 기씨는 관련 뉴스를 검색하면서 출시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나처럼 모바일 버전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며 “고전 게임을 최신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고, 추가된 요소도 있다고 하니 마치 명작 만화책을 다시 보는 느낌일 것”이라고 부푼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고전 게임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 '라그나로크'.(왼쪽부터)


◆ 원작 게임의 감성을 그대로

과거 명작으로 평가됐던 게임들이 최근 들어 속속 리메이크되고 있다. '리니지'와 '스타크래프트', '라그나로크' 등이 대표적이다. 학창 시절 PC방에서 즐겼던 세대들은 그때 그 재미를 다시 또 만끽할 수 있을까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출시된 지 19년이 지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명실상부 온라인 게임의 1세대다. 기사와 군주, 요정 등이 등장하는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국산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역할수행게임)인 리니지는 이른바 ‘리니지 폐인’을 양산하며 지난해에도 3755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리니지 원작의 시스템을 모바일로 계승한 '리니지M’이 새로 출시된다는 소식은 골수팬을 설레게 했다. 지난 4월12일부터 시작한 사전예약에는 지금까지 50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엔씨소프트는 16일 리니지M의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내달 21일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정식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자정부터 게임에 사용할 캐릭터를 사전에 만들 수 있어 희귀 아이디를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리니지M에 대해 “콘텐츠를 계승하는 부분이 있어도 모바일 판을 만드는 건 인터페이스나 디자인에서 완전히 새로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을 아직도 하는 사람이 많다”며 “대중화된 플랫폼인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기존 사용자와 새로운 고객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목표 아래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e스포츠의 원조 격인 미국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도 원작의 그래픽을 개선해 내달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1998년 출시와 함께 PC방 열풍을 주도한 스타크래프트는 각종 프로 및 아마추어 대회가 활성화된 덕분에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아직까지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링’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신작은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와 게임의 균형을 유지하고, 그래픽과 해상도를 개선해 '아재'(아저씨를 뜻하는 신조어)가 된 골수팬들을 다시 PC방으로 결집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한빛소프트의 '오디션' 등도 올해 모바일 버전으로 재탄생해 원조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 추억의 게임에 끌리는 이유

기노빈씨는 추억의 게임을 찾고 리메이크작에 기대를 거는 심정을 ‘아재 감성’이라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익숙한 만큼 편하게 즐길 수 있어 거부감이 적다고 한다.
 
그는 “2차원(2D를) 게임을 더 좋아한다면 이게 아재 감성이 아닌가”라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어 “요즘 나온 게임들은 그래픽이 화려하지만 그만큼 복잡하다”며 “가끔 게임도 공부를 해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는 과거에도 ‘너구리’, ‘풍선 터뜨리기’와 같은 오락실 게임이 컴퓨터 버전으로 다시 등장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추억의 게임이 재출시되는 현상은 복고로 돌아가는 레트로 문화의 일종"이라며 "그 바탕에는 어린 시절 부모님 밑에서 성장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게임에 깔려있는 과거의 향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해 주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쾌락과 만족감을 준다”며 “새로운 것보다 과거에 아름답게 포장된 기억을 소비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PC 게임 시절 원작의 기억이 강렬한 만큼 모바일이란 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게임의 변화에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원작의 감성을 살렸다고 하지만 오히려 낯설었다는 지적이다.

고교 시절 즐겨 하던 온라인 게임이 최근 모바일 버전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사전예약까지 하며 기다렸다는 김지훈(31)씨는 새 게임을 내려받은 지 1시간 만에 삭제 버튼을 눌렀다. 기대와 너무 달랐던 탓이다. 

김씨는 “광고에서는 과거의 명성을 재현할 것처럼 하더니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단순히 과거 캐릭터들을 이용하는 데서 멈춰선 안 된다”며 “과거 게임을 그대로 만들어놔도 학창 시절처럼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인데, 진행방식이 전혀 달라 실망이 컸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플랫폼의 과금제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컸다. 과거 PC방에서 즐길 때는 일정 기간 사용료를 내고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월 정액형이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돈을 내고 사야 하는 부분 유료화 게임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게임 회사들이 고전을 리메이크한 모바일 버전을 내놓으면서 유료화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 또한 컸다.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게임을 즐겨 해왔다는 이모(32)씨는 “모바일 게임들은 요금부과 위주로 돌아가는 게 사실”이라며 “과거 PC 게임은 한달 정액제만 들면 다른 사용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즐길 수 있었지만 모바일에서는 돈을 많이 써야 유리하다”고 꼬집었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비과금 사용자가 과금자 대비 상실감이 커질 것이라는 게 이씨의 지적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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