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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표현 살리는 ‘손안의 통역사’… 외국어 울렁증 ‘뚝’

입력 : 2017-04-18 19:20:12 수정 : 2017-04-18 19: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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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⑥ 네이버 AI 번역기 '파파고' “긴 문장 번역을 원하는 이용자들이 많은데, 일례로 신문기사 같은 것들을 번역하고 싶어하더라고요. 신문기사 길이를 파악해서 반영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사용자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데, 5월 휴가철 때문인지 베트남어, 태국어 번역도 되게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요. 베트남어 같은 경우엔 다문화 가정에서 소통하려고 추가해 달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아요.”

지난 14일 경기 성남 분당구 네이버 본사 회의실. 인공지능(AI) 번역서비스인 ‘파파고’ 팀의 대화 중 일부다. 파파고팀이 회의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날이 처음으로, 오는 6월 공식 출시되는 파파고의 일부 고도화 계획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네이버 AI 번역기인 파파고를 개발·서비스하는 파파고팀의 박은지씨(왼쪽부터), 김준석 리더, 권순태씨, 유두선씨가 18일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에서 공식 서비스 준비 상황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남=남제현 기자
이날 회의를 주재한 파파고 개발·서비스 책임자인 김준석 리더는 “파파고에 도착 언어(번역된 언어)뿐 아니라 소스언어(번역하고자 하는 언어)도 말로 해주는 ‘TTS’(문자음성 자동변환 기술·Text to Speak)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파고팀은 번역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 듣는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여행이나 대화 목적뿐 아니라 교육용으로도 파파고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파파고는 모바일 앱 외에 PC버전으로도 서비스될 예정이다. 현재도 PC용 번역기가 있기는 하지만, 파파고의 PC버전에는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될 예정이다. 또 올해 3분기 중으로 베트남과 대만어, 4분기 중으로는 인도네시아어와 태국어에 대한 한국어 번역 서비스도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파파고는 일본어,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대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파파고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에서 개발한 ‘인공신경망’ 기술을 적용한 번역 서비스로 지난해 8월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공신경망 기계번역은 AI가 문장 전체의 맥락을 파악한 후 어순, 의미, 문맥별 의미 차이를 반영하고 스스로 수정해 번역하는 방식으로, 사람처럼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네이버의 자체 테스트에 따르면 인공신경망 기계번역은 세상에 등장한 지 1∼2년밖에 안 됐지만, 10년 이상 개선된 기존 통계 기반 번역보다 약 2배 정도 품질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네이버 번역 기술의 가장 큰 경쟁자는 구글이다. 구글의 막대한 데이터베이스와 기술에 정면 승부를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식 표현을 살리는 데는 네이버가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게 김 리더의 설명이다.

실제 번역 테스트에서 파파고는 한국어의 독특한 언어 의미를 잘 살려냈다. 일례로 ‘오늘 밤에는 밤을 구워 먹을까요?’를 파파고는 ‘Shall we roast chestnuts tonight?’로 번역했지만 구글 번역기는 ‘Do you want to have dinner tonight?로 번역했다. 구글 번역기는 ‘밤을 구워 먹는다’를 ‘저녁을 먹는다’로 번역한 셈이다.

또 다른 예로 ‘날 말리지 마!’를 파파고는 ‘Don’t stop me!’로 정확하게 번역했지만, 구글은 ‘Do not dry me!’라고 번역했다. ‘말리지 마’가 ‘건조하지 마’로 잘못 번역됐다.

네이버는 이 같은 번역 서비스를 다양한 사회 분야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박은지 기획제휴 담당은 “서울경찰청과 최초로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이어 4월 초에는 GS리테일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며 “곧 백화점과도 제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외국인이 많이 가는 관광지, 놀이공원 등 지역이나 장소 기반을 제휴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번역 기술은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유두선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담당은 “일본 여행 중에 옆자리 외국인과 파파고로 30∼40분간 대화를 나누며, 전에 못하던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사용자의 얘기를 듣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번역 기술은 단지 하나의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일례로 네이버의 스타 실시간 개인방송인 ‘V LIVE’는 현재 사람의 손을 빌려 외국어를 서비스하고 이를 파파고가 학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똑똑해진 파파고가 사람의 도움 없이 이를 번역해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조만간 출시될 네이버 키보드에도 실시간 번역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다.

짧은 기간 안에 네이버가 지금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던 건 적절한 분업과 협업 덕이다. 김 리더는 “파파고 팀에 있다고 해서 모두가 외국어를 잘 하는 건 아니다. 토익 만점자도 있지만 800점 이하도 많다”며 웃었다.

스스럼없이 빠르게 소통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평적인 문화도 네이버의 강점이다. 성과중심의 작업방식도 독특하다. 파파고뿐 아니라 네이버의 주요 개발·서비스 부서 업무는 특정한 출퇴근 시간 없이 필요한 시간에 일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기술 혁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게 되는 건 아닐까. 아직 인공지능 번역은 문장 단위의 번역만 가능할 뿐 문맥까지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김 리더는 “과거엔 중요한 번역기술 콘퍼런스가 한 해 3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날마다 관련 논문이 쏟아져 나온다”며 “얼마나 빨리 좋아질지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리더는 “아무리 기계 번역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업무를 위한 외국어 정도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라며 “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인간의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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