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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외규장각 의궤… 국가 자존심 지킨 국제법학자의 삶

입력 : 2017-04-15 03:00:00 수정 : 2017-04-14 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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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지음/김영사/1만4000원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이충렬 지음/김영사/1만4000원


독도의 영유권을 공고화하기 위해 일평생을 바쳤던 고(故) 백충현(1938∼2007) 서울대 교수의 10주기를 맞아 전기 ‘국제법학자, 그 사람 백충현’이 출간됐다. 간송 전형필, 수화 김환기, 김수환 추기경 등의 전기를 쓴 이충렬 작가가 집필했다.

백 교수는 국제법이 생소한 학문으로 여겨지던 시절 우리나라의 외교를 위해 공헌했다. 그는 독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는 증거가 많을수록 국제여론전에 유리하다고 보고 관련 자료 수집에 집중했다.

백 교수는 1996년 일본으로 자료 출장을 떠났다가 메이지대 박물관에서 새로운 지도를 발견했다. 일본의 지도학자 이노우 다다타가가 1800∼1817년 일본 전체를 실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1870년 발행된 ‘관판실측일본지도’(官板實測日本地圖)였다. ‘일본 지도의 모본(母本)’으로 불리며 권위를 인정받는 이 지도에는 일본 서북쪽으로 오키섬(隱岐島)이 표시돼 있지만, 오키섬에서 157㎞ 떨어진 독도와 울릉도는 표시되지 않았다.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000㎞ 떨어진 오가사와라(小笠原)제도를 표시할 정도로 자세한 지도에 독도가 없다는 것은 당시 독도를 일본 영토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지도의 중요성을 알아본 백 교수는 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는 도쿄의 지도 전문서점을 1년여간 드나든 끝에 당시 환율로 1억원의 사비를 들여 관판실측일본지도의 또 다른 판본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백 교수는 귀국 후 관판실측일본지도를 공개하려 했지만, 당시 한국과 일본 정부 간 ‘신(新)한일어업협정’ 체결을 논의 중인 상황을 고려해 발표를 미뤘다. 국익을 개인의 영예보다는 우선시한 결과였다. 결국 지도는 백 교수 생전 공개되지 못했고 이번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원본은 현재 외교부가 소장하고 있다.

책은 이밖에도 백 교수가 프랑스의 외규장각 의궤 반환 당시 조건 없는 반환을 위해 노력했고,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집단학살 문제를 세계에 알렸던 일 등을 담았다.

이충렬 작가는 “백 교수의 학문적 가치관은 단순한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학문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지에 있었다”면서 “그래서 그는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한국적 국제법’의 정립을 위해 매진했다”고 평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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