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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알렉사… AI ‘작명의 과학’

입력 : 2017-04-10 20:32:37 수정 : 2017-04-10 20: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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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인식 제일 잘 되는 철자 X 들어가 / 언어·사회학적 고려에 상표 자부심 반영 / 호출명엔 인식률 높은 격음 ㅋ, ㅌ 많아 / 애플‘시리’ 일본어로 엉덩이… 논란 빚어 ‘빅스비, 알렉사, 왓슨, 시리, 지니, 팅커벨….’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인터페이스(UI)들의 이름 또는 호출어(trigger)이다. 대부분 흔히 들어본 외국인의 이름 같지만, 그 속에는 언어학적 규칙과 사회학적 고려, 브랜드 자부심 등이 복합적이고도 함축적으로 반영돼 있다. 

10일 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며 삼성전자가 전략폰 ‘갤럭시 S8’에 탑재한 AI 음성비서 ‘빅스비(Bixby)’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공모에서 뽑힌 이름이다.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빅스비는 남성과 여성의 이름 모두 존재해 성(性) 차별이나 구분이 없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예쁜 다리 이름과 같아 친숙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X’가 음성인식이 제일 잘 돼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Alexa)도 X가 들어갔다”며 “동양 사람들에게는 ‘V’ 보다 ‘B’ 발음이 편하다는 것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부분 AI 비서가 여성이름을 갖게 된 것은 비서의 역할을 여성으로 한정짓는 성차별적 고정관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AI 비서의 이름과 비서를 불러내는 호출어가 다른 경우도 있다. 사람의 호칭을 부르듯 잠자고 있던 기계를 깨우는 호출어는 핵심기능인 ‘음성인식률’과 직결되는 만큼 음성학적인 고려가 상당부분 반영될 수밖에 없다. ‘ㅊ,ㅋ, ㅌ’ 등 거센소리와 ‘ㄲ, ㄸ, ㅃ’ 등 된소리의 음성인식 정확도가 높아 ‘쎈’ 이름을 가진 AI 비서가 많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의 개인비서 ‘누구(NUGU)’의 호출명은 ‘팅커벨·레베카·크리스탈·아리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당초 ‘아리아’를 대표명으로 정했다가 ‘아니야’로 오인식될 수 있어서 인식률이 높은 ‘ㅌ,ㅋ’ 등 거센소리가 들어가고 젊은 세대에게 선호도 높은 캐릭터(팅커벨) 이름을 추가했다.

KT의 AI 비서 ‘기가지니(GiGA Genie)’도 호출어를 ‘기가지니·지니야·친구야·자기야’ 중 골라서 쓸 수 있다. 지니는 개인비서로서 요술램프의 ‘지니’처럼 명령을 척척 수행한다는 의미를 담았고, 친구야·자기야는 친숙하고 부르기 편한 용어를 추가한 것이다.

국내에서 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IBM의 AI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창사 100주년을 기념해 IBM 초대 회장인 토머스 J 왓슨의 이름에서 따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tana)’는 게임 ‘헤일로’에서 주인공을 돕는 가상비서 캐릭터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다.

앞서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한 ‘시리(Siri)’는 일본어로 ‘엉덩이’를 뜻하는 단어와 같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자동차 회사인 쉐보레가 출시한 자동차 ‘노바(Nova)’는 스페인어로 ‘가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스페인어 사용 국가에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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