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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차 '심장' 전장시장 잡아라"… ICT기업 '질주'

입력 : 2017-04-09 20:35:54 수정 : 2017-04-09 20: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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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 산업 주도권 경쟁/네이버, 딥러닝 기술 바탕 R&D 속도/ GPS 안 잡히는 실내에서도 자율주행/ 도로 달리며 3차원 지도 제작도 눈길/ 하만 인수한 삼성전자 전장사업 올인/ 전통 자동차기업, 시장 급변에 불안감 9일 일산 킨텍스에서 폐막한 ‘서울모터쇼’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네이버가 주목을 받았다. 국내 모터쇼에 ICT 기업이 1000㎡ 규모의 대형 부스를 차린 것도 이례적인 데다 자율주행차까지 선보였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모터쇼 참가는 ICT 기업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전장업체인 하만을 인수하고, 이동통신사들이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에 나서는 등 ICT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의 송창현 대표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서울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기자들에게 자율주행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ICT 기업들 자동차 시장 진출 러시


국내 IT 기업 최초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의 도로주행 임시허가를 받은 네이버는 서울모터쇼에서 자율주행차를 전시하고, 자율주행과 관련된 인지 기술, 차량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3차원 정밀지도 제작 기술 등을 선보였다.

자동차 업체들이 모터쇼에서 자율주행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네이버는 어떻게 차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네이버의 자회사로 자율주행차 개발을 주도하는 네이버랩스의 송창현 대표는 모터쇼에서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분야의 연구개발(R&D)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기계학습 기반의 기술을 실제 차량 주행에 접목시키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경제적이고도 정확도가 높은 인지 기술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네이버랩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GPS가 잡히지 않는 실내공간을 스스로 주행하며, 3차원 실내 정밀지도를 제작하는 ‘M1’로봇도 함께 선보였다.

자율주행차와 M1로봇의 기술을 접목하면, 차가 스스로 달리며 동시에 3차원 지도를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로그인’을 통해 어느 차량에서나 개개인에 적합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내비게이션 및 각종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네이버는 기술기업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네이버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뒤 지난해 11월에는 글로벌 1위 전장기업인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내 사상 최대 금액의 인수합병(M&A)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11일 하만 인수를 마무리지으며 전장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ICT 기업이 이처럼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나타내는 것은 통신망으로 차량과 외부 사물이 연결되는 커넥티드카와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차가 자동차의 미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인천 SK와이번스와 수원 KT 위즈의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시구자가 SK텔레콤의 5G 커넥티드카를 타고 등장하고, KT가 5G망을 이용한 자율주행 버스를 선보이는 등 이통사들도 자동차 시장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드락 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에서 삼성전자 손영권 사장(왼쪽)과 디네쉬 팔리윌 하만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용 사용자경험을 구현한 콘셉트 차량인 ‘오아시스’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새로운 기술, 전통의 강자 위협


ICT 업체들은 자동차 시장 진출이 차량 제조로 이어지거나 주도권을 잡으려는 게 아니며, 자동차 제조사들도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미래 자동차 시장이 꼭 지금의 구도를 유지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14년 역사의 미국 전기차 생산기업인 테슬라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지난 3일(현지시간) 486억달러로 113년 전통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고, 6일엔 시가총액이 530억달러로 오르며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를 누르고 미국 1위의 자동차 업체가 됐다.

테슬라 역시 자동차 기업이기는 하지만,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을 앞세우고 전기차만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자동차 기업들과 구별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이라기보다는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닷컴 열풍이 불 때와 같은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아직 실적은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통의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는 아직 대세가 아니며, 자기들 역시 자율주행차와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소비자들이 테슬라의 ‘혁신’에 큰 점수를 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기술 기업의 자동차 시장 진입장벽은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다. 특히 자율주행차 시장이 성숙하며 소비자들이 차량의 소유 대신 공유를 택할 경우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 등 ICT 기업의 위협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피한다고 해도 ICT 기업들의 영향력 강화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차량에서는 전장부품이라고 해봐야 라디오가 고작이었지만, 이제 차량은 주행 전반이 전자장치로 제어되고, 각종 음향 기술과 통신기술, 음성인식 기술까지 들어간다. 자율주행차의 경우엔 전장의 중요성이나 전체 자동차 제조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완벽한 자율주행이 이뤄지려면 차량 전체가 IT 센서로 무장해야 하고 바깥 환경과 완벽히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며 “이는 통신사의 역할이고 자동차 (회사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아진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전장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것이며 하만을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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