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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 가치 떨어질라"…텅 빈 홍대 상가 속출

입력 : 2017-04-03 05:00:00 수정 : 2017-04-02 16: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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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 가치 떨어질라"…상승할 만한 요인도 없어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상가 밀집지역에 업종 변경을 위해 공사 중인 커피집 등이 종종 눈에 띄기도 했다. 이곳 이면도로에선 최근 들어 빈 상가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요즘 세상에 장사하기 쉽나요. 버티다 버티다 못하면 나가야죠. 지금 분위기에서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출이 임대료보다 작은 점포도 늘고, 트랜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주를 이루다 보니…. 업종 변경이 쉬운 것도 아니잖아요? 영세 상인이 버텨낼 방법이 있나요?"

'홍대 앞 나만의 가게'를 꿈꾸는 젊은 소상인들은 인생의 쓴맛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가난하지만 열정 넘치는 예술가와 아기자기한 가게를 갖고 싶어 하는 청춘들은 힘든 시련을 격고 홍대를 떠나고 있다.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 층과 한국 문화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홍대 거리는 기존 상권이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라는 상징성이 사라졌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 높은 임대료에 떠나는 임차인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한 상가 유리창에 임차인을 구하는 작은 안내문 붙여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쯤 찾은 홍대 거리는 도로와 인도공사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건물마다 소규모 음식점과 화장품 매장이 즐비했다. 곳곳에 임차인을 구하는 작은 안내문이 눈에 띄기도 했다. 대로변을 끼고 뒤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소규모 카페와 음식점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한 상인은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출이 떨어져 가게를 정리하고 한동안 쉬면서 다른 업종변경을 고민하고 있어요"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 의류 매장 주인은 "홍대 거리에 사람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습니다. 이 일대 임대료가 세긴 해도 그럭저럭 버티고 살았는데…. 지금은 매출이 많이 줄어 어려워젔다" 며 "이대로라면 다른 지역을 옮겨서 장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로수 길이나 강남역 일대 등 젊음 층을 상대로 형성된 상권에서는 이미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기존 세입자들이 밀려 나가는 현상을 보인 지 오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현상이 홍대 일대도 심화 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예전만큼 20·30대 젊음 층들이 홍대를 찾지 않고 있다. 이렇게 트랜드가 변하고 상권이 서서히 침체되는 분위기에서도 임대인들이 좀처럼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있다. 버티다 못해 떠나는 임차인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임대인들이 점포를 비워둘지언정 임대료를 낮추지는 않고 있다.

◇ 특색 갖춘 소상인들은 사라져가고…임대료는 요지부동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커피프린스 길' 한 상가의 유리창에 임차인을 구하는 작은 안내문 붙여 있다.
지난 과거 홍대는 클럽문화와 인디밴드 공연으로 젊은 층이 찾는 신흥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로 기존 임차인은 빠져나가고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점령해 홍대만의 특색 있는 문화는 사라져가고 상권은 점점 침체하는 모양새다.

홍대를 빛나게 했던 골목골목의 특색을 갖춘 소상인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계속되면서 서울의 외곽으로 밀러나고 있다. 밀려난 소상인들은 인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신흥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인근 상수동, 연남동으로 떠난 이 일대는 소상인들은 홍대 상권에서 높은 임대료를 버티다 못해 밀려났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실감 나게 한다. 건물주는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 매매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어 점포를 비워두는 편이 상대적으로 손실이 덜하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임대료를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기존 상권의 임대료가 웬만해서는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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