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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클로즈업] 가사 논란 그후…환희·준희와 스윙스의 '7년'은 달랐다

입력 : 2017-04-01 13:01:00 수정 : 2017-04-01 15: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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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스윙스(본명 문지훈·31·사진)가 재점화한 가사 논란으로 혹독한 봄을 맞았다. 7년 전 그의 가사가 새삼 재조명되면서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세상을 떠난 배우 최진실과 고인의 자녀를 모독했다는 논란은 7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속죄받지 못했다. 상처를 준 스윙스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에는 가사로 상처받은 최진실 자녀가 설움 속에 보냈을 7년간 고통과 맥이 닿아있다. 

스윙스는 지난 2010년 래퍼 비즈니스의 앨범 수록곡 중 '불편한 진실'이라는 곡에서 고 최진실의 자녀 환희군과 준희양을 언급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당시 '불편한 진실? 너흰 환희와 준희. 진실이 없어. 그냥 너희들뿐임'이라는 가사로 고인 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그때 환희군은 열살, 준희양은 일곱살에 각각 불과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거셌다.

7년이 흐른 뒤 10대가 된 준희양은 아물지 않은 과거 논란의 상처를 드러냈다. 준희양은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처받을 줄 몰랐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때는 제가 어렸을 때라 잘 몰랐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저와 가족들 입장에선 너무 황당한 발언"이라며 "예전 일이라도 화나고, 상처받는 건 여전하다"고 글을 남겨 스윙스의 가사에 대한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스윙스는 곡이 공개될 당시 비난이 빗발치자 "유가족의 심정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히게 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제목과 다른 문맥을 고려해 가사를 쓰다 보니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고 최진실의 딸  준희양이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전문. 7년 전 래퍼 스윙스의 가사 논란으로 여전히 상처받고 있는 심경을 드러냈다.


고통을 안고 살았던 준희양과 달리 스윙스의 지난 7년은 성공일로였다. 지난 2월10일 첫 전파를 탄 엠넷 '고등래퍼'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면서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해와 용서 과정이 생략된 채  7년간 지내온 환희·준희 남매는 스윙스의 왕성한 활동 소식에 극복하려 애썼던 상처와 고통이 다시 덧났을 것으로 보인다.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긴 이가 버젓이 성공한 모습을 마주해야 하는 것도 상실감과 허탈함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스윙스는 논란이 확산하자 다시금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는 준희양에게 SNS 메시지를 보내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준희양이 공개한 스윙스의 글에는 "연락을 드려 직접 찾아 뵙고 사과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당시 준희씨 그리고 환희씨가 너무 나이가 어려서 찾아가서 사과하는 것도 오히려 큰 상처일 것 같았어요"라며 "그 사건 언젠가 환희씨, 준희씨를 만나면 꼭 사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어 "꼭 사과를 하고 그 사과를 통해 용서를 바라기보다 그냥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저 때문에 받은 상처들을 낫게 하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준희양은 반응은 싸늘했다. 그는 "사과를 받아줘야 하는 건가요"라며 "내가 원하는 것들을 참아가면서 얼마나 힘들었거늘 그 노력이 사라진다니 세상이 참 싫다"라고 다시 한번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현재 준희양이 공개한 스윙스의 사과 글은 삭제된 상태다. 

스윙스의 사과 글은 조심스러운 마음을 담은 듯 보이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깊이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내용이라 가뜩이나 감수성이 예민할 10대 준희양의 감정을 거슬린 측면도 있어 보인다. 7년간 침묵하다가 새삼 논란이 커지자 '절절한' 사과의 말을 던지는 그의 모습은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물론 양측 간 직접 만나는 게 오히려 묵은 상처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직접적인 만남이 스윙스의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상처를 안고 지내온 환희·준희 남매의 아픔을 덜어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부모를 갑작스럽게 떠나 보낸 자녀가 완벽히 상처를 치유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약이 되리라는 말은 당사자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위로가 되기 십상이다. 용서는 온전히 최진실 자녀의 몫이고, 누구도 특히 당사자라면 이를 강요하거나 용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최준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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