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다시 이겨 기뻐” 安 “아직 기회 있다”

경선장 스케치

29일 오후 6시35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충청권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대전 충무체육관 관객석에서 문재인 후보를 상징하는 파란색 종이비행기가 쏟아졌다. 발표 직전만 해도 재선 충남지사 안희정 후보의 ‘안방’과도 같던 장내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호남에 이어 충청까지 접수한 문 후보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다시 한번 크게 이겨서 기쁘다”며 “압도적인 대선 승리의 힘은 압도적인 경선 승리에서 나온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홈그라운드에서 뼈아픈 패배 소식을 접한 안 후보는 곧장 지지자들에게 다가가 “당장의 승패에 기죽지 마십시오”라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어 “우리의 이 길은 죽어도 사는 길입니다. 우리는 이미 승리하고 있습니다”라며 대연정 등 대통합을 지향한 자신의 ‘정치적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안희정 대선 경선후보(왼쪽부터)가 29일 안 후보의 안방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순회경선에서 나란히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전=남정탁 기자

기자들과 만나서는 “최선을 다했다. 다 국민의 결정이다”라며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저는 승패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2017년 대선판을 좌우하고 있다”며 “바둑은 흑을 잡으나 백을 잡으나 똑같은 바둑이다. 승자이든 패자이든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역사를 쓰고 있다”고 자신의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시민들을 향해서는 “게임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아직 기회는 많습니다”라고 말하며 경선 끝까지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주변 지지자들은 ‘안희정’을 연호하며 “9회말 역전 만루홈런”을 외쳤다. 이후 기자들의 만찬 자리에 들른 안 후보는 “아무리 계산해봐도 제가 이길 것 같다. (문 후보의) 과반을 저지하고 결선 투표로 갈 자신이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15% 득표율을 기록한 이재명 후보는 “대체로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결과 발표 직후 지지자들의 환호성 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는 기자들에게는 “아무런 조직도, 세력도, 유산도 없이 오로지 국민들 힘으로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며 결선에서의 역전 의지를 피력했다.

이날 두 번째 순회 경선장을 찾은 당원·대의원·일반 참관인 숫자는 지난 호남 경선의 절반가량이었지만, 응원 열기만큼은 갑절에 달했다. 당 선거관리위가 “타악기, 스피커 등을 사용할 시 강력 제재하겠다”고 경고할 정도로 응원전은 과열됐다.

홍재형 당 선관위원장은 이날 지난 27일 호남 순회투표 결과 발표에서 안 후보의 이름을 연거푸 ‘안정희’, ‘안재현’으로 부른 것을 사과했다.

대전=이동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