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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치적 시스템 변화 쉽지 않아… 현행 헌법 내 개혁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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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26 18:47:39 수정 : 2017-03-26 22: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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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선 매니페스토 2.0 - 미래와의 약속] ② 거버넌스, 미래형으로 구축하라 - 가이 피터스가 본 탄핵 이후 한국
대통령이 탄핵된다는 것은 어떤 민주정을 불문하고 시스템 위기를 불러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안정성을 비롯한 한국 거버넌스의 주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한국 내에서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그에 따라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정부 관련 불미스러운 일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때다. 물론 필자는 정치적으로 몇 가지 이슈가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쓰는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더 넓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탄핵으로 인해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음에도, 그 혼란에 잘 대처했다는 것과 대통령 탄핵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출로 이어지는 헌법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치시스템에 어느 정도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다른 모든 나라가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할 수는 없다. 특히 민주주의 역사가 비교적 짧은 곳에서는 더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몇 달 동안의 일들은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힘들었겠지만 그 속에서 희망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의 긍정적인 측면을 굳이 찾아보자면, 이번 스캔들과 탄핵의 결정적 사유가 거의 단순하게 금전적인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모두를 낙심시키며 통탄할 만한 일이고 정치권력의 불균형으로 나타난 결과이지만, 근본적인 정치적 가치관을 해치는 사유로 인해 탄핵이 인용된 것은 아니었다. 근본적인 형태로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했던 것은 미국의 워터게이트(Watergate) 스캔들 같은 예가 있으며, 트럼프 정부와 러시아 사이의 관계에서도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한국의 정치체제에서 어떤 개혁의 기회가 있을지, 그리고 어떤 형태의 변화가 가장 적절할지 고려해야 한다. 이번 스캔들이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가장 뻔한 이유는 대통령에 집중된 정치권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대통령 권한은 ‘행정국가(administrative state)’ 혹은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cy)’으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어떤 용어가 사용되든 이에 대한 담론의 요점은 대통령직과 그 내각에 있는 다른 공직자들에게 주어지는 권한의 증대에 있을 것이다. 대통령 책임제는 정부의 여러 분야의 견제와 균형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하나 이번 탄핵 사태 같은 경우에는 그러한 견제가 미흡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이처럼 권력 교체과정에서 공직자 간에 공모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본 사례를 비교의 맥락에서 분석해야 한다. 경제발전을 시도하는 국가나 국가안보의 위협에 직면한 국가들은 권력이 강한 지도자를 두는 것을 필수적인 또는 적어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여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극심한 외부의 위협하에 있지만 절대적인 발전주의 국가였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의사 결정과정 중에 정치적 규제를 받아들이고 ‘하향식 통치’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스캔들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정치적 권력의 집중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 중 하나는 대통령제에 반대되는 의회시스템 쪽으로 가는 등 헌법상 큰 변화를 만들자는 주장일 것이다. 대다수가 그렇게 하고 싶어하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하나는 의회 시스템으로 간다면 대통령제보다 훨씬 권력자의 제약사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총리가 의회 내에 여당 쪽일 경우 더욱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둘째 헌법을 바꾼다는 것은 혼란과 불안정을 초래하고 개선된 거버넌스에 기여하기 전까지 시간이 꽤 걸릴 확률이 높다.

필자의 관점에서 더 바람직한 대안은 현존하는 헌법시스템 내에서의 개혁이다. 이와 같은 개혁의 주된 목적은 입법부를 강화하고 보다 더 독립적인 감시기구, 혹은 입법부의 책무성을 보장할 조직을 구축하는 데 있어야 할 것이다. 입법부와 위원회의 채용 절차를 개선하고 더욱 강화된 회계 감사를 실시해 부적절한 재무활동을 통제하는 것이 좋은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또한 공무원 조직의 내부통제를 강화함으로써 “권력에 대항해 진실을 밝히는” 보다 더 자주적인 공직자를 장려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구조적 변화들은 하나같이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문화 내에 있는 변화가 동등하거나 더 중요한 사안일 수 있다. 이는 정치에서 돈이 갖고 있는 역할을 어느 정도 없애고 정부 내 모든 지위의 공직자들이 정직하게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특히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문화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싱가포르와 같이 부패를 줄이는 데 성공한 아시아 국가들의 핵심적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형 스캔들 때문에 타격을 받았을지라도 정치적 시스템 자체의 변화는 쉽지 않다. 이런 사건들은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고, 정치적 시스템 내에서 더욱 위대한 정직성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 하지만 선택된 변화들이 혼란과 불안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옛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 문제들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별기획취재팀=김용출·백소용·이우중·임국정 기자 kimgija@segye.com

◆ 가이 피터스 교수는

가이 피터스(Guy Peters) 미국 피츠버그대 정치학과 석좌 교수는 글로벌 거버넌스 분야의 최고 석학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독일 제플린대 거버넌스학 석좌교수이기도 하다. 참여형 행정개혁의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정부개혁 및 관료제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공공정책(American Public Policy)’ ‘미래의 국정관리’(1998·고숙희 역) ‘거버넌스, 정치 그리고 국가’(2003·정용덕 역) ‘관료주의의 정치학(Politics of Bureaucracy)’ 등을 비롯해 40여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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