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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진걸 "같은 국민이란 사실에 감사…퇴진행동은 대선 후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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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7 16:28:32 수정 : 2017-03-17 19: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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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행동 안진걸 공동대변인 인터뷰 / 3일간 빚 갚고도 남는 후원금 쇄도 / 촛불집회 모든 기록은 백서로 낼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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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주간 대한민국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망가진 국격을 바로 세우는 감동과 열정의 도가니였습니다. 국민들과 같은 국민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고맙고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안진걸(45) 공동 대변인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 낸 촛불집회 대장정을 이같이 평가하며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지난해 10월27일 평일에 처음 열린 촛불집회는 장장 134일간 진행됐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다음날인 지난 11일 20차 주말 집회를 끝으로 정기적인 집회는 마무리된 상태다. 이 기간 동안 전 국민의 3분의 1에 가까운 1600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밝혔다.

지난 4개월여간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안진걸 공동대변인이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촛불집회 참가자들과)같은 국민이란 사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안 대변인은 촛불집회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희망을 봤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적 어려움이나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해 이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과 열정이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은 더 좋은 나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 국민의 약 3분의 1이라 하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적어도 한 번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비폭력·평화 촛불집회의 공을 온전히 국민들에게 돌렸다. 집회·시위 문화가 잘 정착돼 있는데다,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과 비호 세력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 평화 기조 아래 똘똘 뭉쳤다는 것.

지난 4개월여간 촛불집회는 국민들의 후원으로만 이뤄졌다. 안 대변인은 “현장 모금 참가자는 너무 많아 헤아릴 수 없고, 온라인 모금에는 10만여명이 참여했다”며 “퇴진행동이 1억여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숨에 빚을 갚고도 남는 후원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퇴진행동은 “지난 15일부터 3일간 2만1000여명이 8억8000여만원을 후원했다”며 “또 한 번 시민의 힘을 봤다”고 감사를 표했다. 퇴진행동은 이 후원금을 오는 25일과 다음 달 15일 예정된 집회 진행 비용으로 쓰고, 그래도 남으면 국민들과 협의해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 등 좋은 곳에 기부할 계획이다.

안 대변인은 “현장 모금함에 들어있던 돼지 저금통과 신혼부부 금반지가 기억에 남는다”면서 “서울대 85학번 동기 일동으로 1000만원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촛불집회의 공신으로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와 무대를 빛낸 가수들도 빼놓을 수 없다.

안 대변인은 특히 ‘광장’이 열린 점을 촛불집회의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백남기 선생이 물대포를 맞고 돌아가신 건 경찰이 (시위대가)광화문광장으로 못 가게 했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11월5일 2차 주말 집회를 광화문광장에서 할 수 있게 되면서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규모 집회가 별 탈 없이 진행된 데는 무엇보다 퇴진행동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 퇴진행동은 안 대변인이 공동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2400여개 시민·사회 단체로 꾸려져 촛불집회를 주관해 왔다. 집회 신고는 물론, 무대와 음향, 조명을 설치하고 행진 경로를 짜 안내하는 모든 실무적인 업무가 퇴진행동의 몫이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이 경찰의 행진 금지 통고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해 사상 첫 청와대 100m 앞 행진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3일 6차 주말 집회에서 청와대와 약 100m 떨어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까지 행진이 처음으로 이뤄졌다.

안 대변인은 “국민들이 그래도 시민·사회 단체들이 집회를 무난하고 안전하게 운영해 줬다고 신뢰해 모금이나 자원봉사에 많이 참여해 주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에는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가 이런 퇴진행동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자고 공개 제안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안 대변인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촛불집회를 평화적으로 이끈)국민들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거나 촛불집회를 기네스북에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시민들이 이를 추진하면 퇴진행동이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물러났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직을 유지하면서 박근혜 정권 퇴진은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는 게 퇴진행동의 입장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퇴진행동은 촛불집회의 2차 목표인 좋은 정부로의 정권 교체에 기여하고, 오는 5월9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5월 셋째 주에 해산한다. 또 촛불집회의 모든 기록은 백서로 낼 계획이다.

안 대변인은 “대선이 끝나면 퇴진행동은 해산하고 그간 해왔던 대로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새 정부가 촛불혁명 정신을 계승해 제대로 된 개혁에 나서는지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구를 만들지는 별도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스웨덴에는 ‘대화 경찰’이라 해 집회·시위를 도와주는 경찰이 있다”며 “경찰은 집회·시위 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관위는 촛불집회를 단속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오는 25일, 다음 달 15일 촛불집회에서 박근혜씨 수사 과정이나 탄핵 이후 상황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국민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촛불집회의 최종 목표는 민주주의가 민생을 책임지는 일명 ‘민생 민주주의’ 구현에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비정규직이나 소상공인으로 대표되는 서민 중산층도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만하고 노후가 불안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

안 대변인은 “촛불혁명은 헬조선에 대한 저항이기도 했다”며 “촛불혁명은 민주주의가 동네와 지역, 직장에 깃드는 일상의 혁명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를 위해 안 대변인은 국민들에게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그는 “노르웨이는 전 국민의 5분의 1이 국제앰네스티 회원인 덕에 국가 권력이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할 수가 없다”면서 “앞으로도 시민·사회 단체들이 더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설 테니, 국민들에게 단체 가입하는 게 어떠시냐고 권하고 싶다”고 인터뷰를 끝맺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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