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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일자리 줄어드는 인공지능시대… 로봇에 세금 부과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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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7 05:00:00 수정 : 2018-04-25 13: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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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로봇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을 구경하다 보면 건물은 큰데 창문이 유달리 작다는 점이 특이하게 보인다. 궁금증이 해결된 것은 유럽의 조세제도를 공부하고 나서였다. 주범은 바로 세금이었다. 창문세를 처음 도입한 나라는 프랑스였다. 필립 4세가 1303년에 창문세를 신설해 징수하다가 반발 때문에 중단했다. 그 후 14세기 중후반에 백년전쟁으로 돈이 필요해진 왕은 다시 창문세를 신설해 시행했다. 이 아이디어는 영국에서는 1696년에 본격 시행돼, 유럽은 물론 미국에까지 퍼져나갔다. 창문이 많은 집이 고급주택으로 평가되던 당시에 부유층에게서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한 좋은 방법이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창문을 작게 하고 개수를 줄이는 일이 생겼고, 심지어는 창문을 아예 없애는 건물까지 생겨났다. 그러자 창문 사이의 간격이 멀면, 그곳에 창문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기도 했다. 영국에서 창문세가 사라진 시기는 1851년이며, 프랑스는 1925년이 돼서야 창문세를 없앴다. 이처럼 기발한 세금은 창문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궁이세, 인두세, 방패세, 소금세, 노예세 등 매우 창발적인 세금들이 있었다.

◆반발을 유발하는 세금

세금은 국가가 일반 국민으로부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걷는 돈을 말한다. 세금은 공공재의 공급과 소득의 재분배를 위한 재원을 조달하고, 동시에 경제 활성화와 부의 재분배를 위한 목적도 있다. 세금은 자연인은 물론 법인을 포함한 경제 주체들이 납부한다. 세금에는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직접세가 있고, 물건 값이나 거래에 부과하는 간접세가 있다. 직접세는 근로소득, 이자, 배당, 부동산, 자산소득, 사업소득, 상속 등이 대상이고, 간접세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관세, 전기세 등이 있다. 세금의 기록은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 점토판에 벼이삭과 과일의 모양을 그려서 세금을 기록한 것이다. 점토판에 기록한 그림이 나중에 상형문자로 발전해 문자 탄생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세금제도는 삼국시대의 농지, 사람, 가구에 대한 세금에서 시작됐다. 농지세는 쌀로 징수하고, 사람에 대한 세금은 노동력으로, 그리고 가구에 대한 세금은 특산물로 거둬 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금은 본질적으로 반발을 유발했다.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에서 발견한 로제타석에도 세금과 관련된 내용이 새겨져 있다. 기원전 200년경 왕이 세금에 반발하는 백성들과의 약속을 돌에 새겨 남긴 것이 바로 로제타석이다. 근대 헌법의 효시가 된 영국의 마그나카르타(1215년)도 왕이 귀족과의 다툼에서 밀리자, 왕의 징세권을 제한한다는 문서에 서명한 것이다. 프랑스혁명도 루이 16세가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삼부회를 소집한 것이 화근이 됐다. 미국 독립전쟁도 영국의 세금정책에 반발한 보스턴 차 사건이 발단이 됐다. 중국의 당나라가 멸망하게 된 것도 세금 때문이었다. 소금을 독점관리하고 높은 세금을 매기자 밀매가 성행하게 됐고, 이 밀매 조직이 일으킨 ‘황소의 난’이 당나라 멸망을 가져왔다.

◆지속가능성 없는 미래사회

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면서 미래에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실업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어느 일자리에 사람이 일하고 있었더라면, 그 사람이 월급을 받아서 세금도 내고 생활도 영위해 자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AI 로봇이 들어가자, 사람은 실업자로 변해서 정부가 부양해야 하는 상태로 빠진 것이다. 앞으로 실업자는 늘어나고, 세금을 내는 취업자는 줄어들 것이다. 실업자를 구제해야 하는 정부는 더욱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늘어나는 예산 수요는 줄어든 취업자들이 내야 한다. 세금 수요는 늘어 가는데, 납세 가능자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정부는 세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세율을 높일 것이고, 취업자들은 저항할 것이다. 취업자도 불만이고 실업자도 불만인 ‘불만사회’가 예상된다. 사회는 지속가능성은 없어지고 사회불안이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타개책은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는 것이다. 바로 ‘로봇세’가 하나의 가능성이다.

◆유럽의 로봇세 논의

2016년 5월 매디 델보 유럽의회 조사위원이 제출한 보고서로 시작된 로봇세 논의는 지난 2월 유럽의회에서 중요한 전기를 맞이했다. 유럽의회는 로봇에게 ‘특수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전자인간’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제안을 승인한 것이다. 이것은 로봇에게 로봇인간으로서의 법률적인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로봇세를 신설하는 안에 대하여는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봇의 법인격을 인정한 점은 결국 로봇세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AI 로봇에게 새로운 형태의 법인격을 부여하게 되면 결국 소득세나 법인세를 징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로봇을 ‘전자인간’으로 간주해서 소득세를 부과하고, 이의 재원으로 일자리를 빼앗긴 인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로봇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두 가지 방안이 있을 것이다. 첫째는 로봇이 일으키는 부가가치에 대한 세금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로봇을 독립적인 경제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무인자동판매기가 위치한 장소를 사업장으로 보고, 무인자동판매기마다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하며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로봇도 이처럼 하면 된다. 두 번째는 로봇을 재산으로 간주해 재산세를 부과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인간이 로봇을 소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로봇의 소유자에게 로봇세를 부과한다. 현재 재산세는 토지, 주택, 자동차 등에 대해 부과하기 때문에 여기에 로봇을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로봇세 도입의 조건

로봇세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겁다. 먼저 세금을 부과하면 로봇 발전이 지체돼 결국 국제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당연히 로봇세를 먼저 시행하는 나라는 이러한 난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제 사회는 경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로봇세를 부과하는 시기는 늦을수록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가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디고, 더 이상 다른 세원을 활용해 세수 확보를 할 수 없을 때에 로봇세를 시행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려사항은 어느 로봇에까지 부과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기계가 있고, 그것의 지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어느 수준의 지능을 가진 로봇에 세금을 부과할까 하는 논쟁이 대두될 것이다. 한꺼번에 모든 지능 로봇에 과세하려 하면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부과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의 무인창구, 자동판매기, 주차장 진출입기계 등으로 부과가 용이한 것부터 시작해 나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는 사람은 5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면세를 해주고 있다. 이 세상의 50%의 로봇에게는 면세를 해준다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명사적인 변화는 거부할 수 없다. 그것은 AI의 발달과 실업자 증가다. 실업자들을 부양하지 않는 사회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말은 폭동을 말하는 것과 같다. 미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로봇세는 과거 창문세처럼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차이는 시기일 뿐 결론은 같을 것이다. 시기는 현 조세제도로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가, 그리고 로봇세에 대한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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