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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무고 호소… 사과 아닌 강력한 법정투쟁 예고

관련이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입력 : 2017-03-12 22:10:23 수정 : 2017-03-13 00: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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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前 대통령 불복 시사 파장 /각종 의혹·국정분란 책임 언급 안해 / 형사불소추 특권 사라진 상황 감안 /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표명 거부 / 조기대선 앞두고 지지세력 결집 유도 / 대선 정국 극심한 갈등 초래 우려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사실상의 불복 선언을 해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 파면 선고 사흘째인 이날 청와대를 떠났지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사실상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향후 검찰 수사와 형사재판 과정에서 강력한 법적 투쟁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으로 파면된지 사흘째인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사저에 박 전 대통령이 들어선 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사저 입구에서 메모를 하고 있다. 하상윤기자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국정혼란의 책임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사과보다는 사실상 대통령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한 데 대한 유감 표시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법적대응 외에 별도의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뒤로 하고… 청와대 직원들과 작별인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12일 오후 삼성동 사저로 가기 위해 청와대 정문을 나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을 거부한 것은 파면으로 헌법상 형사불소추 특권이 사라진 상황을 감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향후 검찰의 혐의 입증과 수사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소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애초 탄핵 사유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이 있는 만큼 헌재 결정에 대한 수용 의사가 곧 검찰이 적용한 혐의를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와 헌재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혐의들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서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며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불복 의사를 표현한 것은 조기대선을 앞두고 지지세력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계산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 도착 당시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유지했다. 청와대 참모들과 친박(친박근혜)계 전·현직 의원, 지지자들을 맞으며 악수를 할 때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보수 지지층의 입장에선 박 전 대통령의 당당한 태도가 자신의 무고함을 강조하며 변함없는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치권이 본격적인 대선 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 불복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탄핵 국면부터 이어져 온 사회분열 양상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 지지단체는 국회와 헌재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 일부 강성 친박 의원들도 태극기집회 참석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헌재 결정 불복 논란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며 대선기간 내내 보수·진보 진영이 광장을 각자 정치적인 공간으로 활용하며 극심한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 분열이 심화하는 양상에 따라 검찰의 수사 의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만한 대선 관리와 빠른 국정 안정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 시점을 늦추거나 비공개 수사로 전환하는 등 소극적으로 임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박 전 대통령 개인의 안위를 위해 박근혜정부 핵심 국정과제였던 ‘국민대통합’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곧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이것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목청을 높인 적 있다. 2004년 10월 당시 헌재가 노무현정부의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방침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뒤였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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