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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분 만에 '파면'… '역사적인 심판'의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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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0 18:31:31 수정 : 2017-03-10 20: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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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대행 "국론분열 종식" 당부 / 긴박했던 헌재 심판정 /“국민은 헌법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 굳은 표정 李, 담담히 결정요지 낭독 /
“소추의결 정당” “세월호 판단대상 아냐” 대리인단·국회측 표정 ‘롤러코스터’ / ‘탄핵인용’ 결정에 방청석 ‘환호·탄식’ 국회측 서로 조용한 축하인사 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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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역사적인 심판’의 마침표를 찍었다. 순간 헌재 심판정은 대통령과 국회 측 대리인, 일반 방청객, 취재진 등이 가슴속으로 내뱉는 환호와 탄식이 교차했다. 92일간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데는 1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헌재는 방청객과 취재진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인터넷 추첨으로 운좋게 역사적 현장을 찾게 된 시민 방청객 24명은 선고가 시작되기 30∼40분 전부터 대심판정 앞에서 헌재 직원들의 보안 검색을 받고 출입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주재로 엄숙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호원들은 방청객들을 상대로 심판정 내 규칙을 설명하면서 “박수나 야유행위 등을 금지한다”고 주의를 줬다. 그동안 탄핵심판 변론기일 때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그만큼 엄중한 날임을 시사했다.

선고 예정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대심판정에 들어온 이 권한대행 등 재판관 8명 모두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굳은 표정이었다. 심판정 내부가 정리된 것을 확인한 이 권한대행은 11시3분 “저희 재판부는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한다”며 선고를 시작했다. 이어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며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지는 오늘의 선고로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권한대행이 본격적으로 결정 요지를 꺼내 읽기 시작하면서 들리는 내용에 따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 방청객의 표정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시시각각 변했다. 먼저 박 전 대통령 측의 ‘탄핵 소추 의결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권한대행이 “어떠한 흠결도 없다”고 판단하자 그동안 강력하게 하자를 주장했던 헌재 재판관 출신의 이동흡(66) 변호사는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잠시 후 이 권한대행이 주요 탄핵소추 사유인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언론 자유 침해’ 부분은 탄핵 이유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세를 고쳐 잡고 경청하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얼굴에서 일말의 기대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반면 국회 소추위원단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권한대행이 이들 탄핵 사유를 열거하면서 “그러나 탄핵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할 때마다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연신 얼굴을 손으로 훔쳤다. 특히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나 참사 당일 피청구인(대통령)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심판 절차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탄핵소추위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손을 이마에 짚은 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을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서로의 반응이 다시 180도 바뀌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수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최종변론기일에서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왼쪽)이 피청구인측 이중환 변호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청객들의 반응도 양분됐다. 선고 내내 긴장한 채 앉아있던 30대 남성 두 명은 ‘파면’이라는 단어가 들리자 소리없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한 미소와 함께 서로를 얼싸안기도 했다. 반면 한 남성 방청객은 고통스러운 듯 머리카락을 쥐거나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는 등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우려했던 소란이나 난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방청객들은 “대통령의 행위가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이 권한대행의 말을 곱씹는 듯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심판정을 빠져나갔다. 

10일 오전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끝난 뒤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과 위원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끝난 뒤 서석구 대통령측 법률대리인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과를 받아들게 된 국회 측은 서로 돌아보며 조용한 축하 인사를 나눴다. 권 위원장은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 이동흡·이중환 변호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3개월여 동안 팽팽한 법정 공방을 벌였던 상대방을 향한 마지막 인사였다. 이를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머지 대통령 대리인단은 빠르게 심판정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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