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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탄핵 현실화…공무원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입력 : 2017-03-12 13:00:00 수정 : 2017-03-11 19: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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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적인 일인 '공무'를 해야지 자꾸 정치색을 띠는 '정무'와 사심 가득한 '사무'만 하려다가 결국 이렇게 된 것이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실종됐으면 개인 판단 아래 적어도 상식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그것조차 없다. 탁상머리 행정을 펼치는 공무원들은 공부만 잘했지, 현장과 실무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30대 직장인 A씨)

"이제 공직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어야 한다. 정권 교체에 따라, 전문성 없이 정치논리로만 가는 정책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이런 모든 비용은 결국 국민의 몫인 혈세(血稅)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발 인공지능(AI) 등으로 대체 가능한 행정직군이 아닌, 소방·사회복지직 공무원 위주로 채용해달라."(40대 주부 B씨)

"지금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국가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서만 일한다고 했는데, 입으로만 국민을 위했던 건지… 국익을 위해 이번 일련의 사태가 하루빨리 정리돼야 한다. 그동안의 갈등을 봉합하고, 이제 화합하는 대한민국 건설에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50대 자영업자 C씨)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조기 대선이 거대한 파도처럼 공직사회를 집어삼키게 됐다.

그 여파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제대로 힘이 안 실리면서 세종 관가의 지도력도 사실상 실종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조직을 둘러싼 개편설(說) 등 각종 소문이 무성해지자 관가에서는 설령 좋은 정책 방안이 있어도 현 정부가 아닌 차기 정권에서 발표하자는 움직임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국가 미래를 위해서는 작금의 혼란한 상황이 빠르게 수습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리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대행체제에 힘 안 실려…세종 관가 리더십 사실상 실종

12일 정부와 정계에 따르면 최근 부처 안팎의 조직개편 전망이 파다해지면서 관가에서는 이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엔 조기 대선이 가동되고, 차기 정권에 바짝 다가선 야권이 구체적인 개편안까지 제시하는 바람에 공직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를 중심으로 대선 시나리오를 짠 것으로 보이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메모.
원내 제1당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최근 토론회 등을 통해 비대화된 행정 권한의 축소와 분산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 개편안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1차 타깃이 된 부처는 바로 기재부다. 기재부는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예산권까지 쥐고 있는 기재부에 과도한 권한이 쏠린다는 지적은 그간 꾸준하게 제기된 바 있다. 

이애 야권의 조직개편안은 기재부에서 예산 관련 직무를 빼앗는 등 권한 축소에 맞춰져 있다. 
 
이 같은 조직개편 전망에 기재부 내 실·국별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예산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과거처럼 예산처로 독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만큼 반기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기재부 인사에서도 조직개편을 염두에 둔 물밑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관가에서는 과거 예산처 출신 공무원들이 인사를 앞두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는 전언이다.

역대 정부의 조직개편 사례를 보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권 출범 초 부처를 신설하거나 묶고 쪼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수차례 조직 개편에도 살아남은 부처는 통일부와 국방부, 법무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정도다.

◆국가경영의 틀 자주 교체, 실(失)이 더 커…재난상황시 정부 대응 부실하게 만들어

오는 5월 ‘벚꽃대선’을 앞둔 올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부의 통상 조직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논의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부는 해체설까지 돌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정부 들어 외교부에서 통상 기능을 넘겨받았으며, 미래부는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인 창조경제를 대표하는 부처이다.

이에 부처들은 '밥그릇 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戰)을 벌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5년마다 반복되는 조직개편이 정책의 흐름을 끊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개정안 마련과 해당 부처의 수장 임명, 청문회까지 감안하면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렇게라도 일단 조직이 개편되면 그전까지 불거진 각종 잡음과 개편 후 조직 후유증으로 2~3년은 허비한다는 게 관가의 중론이다. 특히 이미 통·폐합 경험을 했던 부처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욱 크다. 다른 부처에 흡수되면 그동안 추진했던 업무가 원활하게 추진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뒤따르는 탓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예전과 비교해 새로울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기재부 개편안도 과거처럼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으로의 분리하는데 그치고, 에너지부 신설은 1993년 다른 부처에 흡수됐던 동력자원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경영의 틀을 너무 쉽게, 자주 바꾸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며 전문성과 효율성, 책임의식, 예측가능성을 해친다고 우려한다. 그 여파로 각종 재난이나 비상상황에 대한 정부 대응을 부실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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