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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남성도 일·가정 양립 주체 돼야 진정한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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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03 22:14:40 수정 : 2017-03-03 22: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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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성 평등은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명령입니다. 성 평등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인류 역사가 발전할 수 없어요.”

‘세계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최근 서울 마포구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여성재단 이혜경(69) 이사장은 양성평등 사회가 되려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유엔은 1975년 여성들의 지위 향상과 권익 보호를 위해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정했다. 1908년 3월8일 미국 섬유업계에 종사하던 여성 1만5000여명이 ‘빵과 장미’를 요구하며 벌인 대규모 시위를 기념한 것이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평등권을 뜻한다.
한국여성재단 이혜경 이사장이 ‘세계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최근 서울 마포구 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성 평등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성 평등은 역사의 명령”이라며 “성 평등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인류 역사가 발전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상윤 기자

연세대 명예 교수(사회복지학)인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사회 복지 전문가다. 한국여성학회 회장(2004∼2005년)을 지냈고 2015년 1월엔 여성을 위한 국내 유일의 민간 공익 재단인 한국여성재단의 3대 이사장이 됐다.

“각종 국제 성평등 지수를 보면 한국의 여성과 남성은 건강·교육 영역에서 비교적 높은 수준의 평등을 이루고 있습니다. 인적자원 측면에서 한국 여성은 남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거죠. 그러나 여성 인적자원이 활용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고, 고위직 진출 비율·임금 등에서 남성과의 격차가 심해요. 남녀 간 임금 격차만 해도 36%에 달합니다.”

각종 지수의 순위보다 성별 격차가 성 평등 수준을 가늠하는 데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성별격차지수(GGI)를 보면, 우리나라는 144개국 중 116위(2016년)에 불과했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역시 낮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제도와 현실이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좋은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이런 제도가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한국은 남녀평등을 제도화해도 실질적인 격차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사례로 꼽힙니다. 한국 사회의 아이러니죠. 여성 혐오나 데이트 폭력 같은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성 평등 가치와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의 충돌에 따른 현상이에요.”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이 중요하다”며 지난 1월 미국 사이언스지에 실린 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뉴욕대 등 공동 연구진이 5∼7세 400명에게 똑똑한 사람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고 남녀 사진 각 2장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5세 아이는 대부분 자신과 같은 성별의 사진을 집었다. 그런데 6∼7세는 달랐다. 여자아이들도 ‘똑똑한 사람’으로 남자 사진을 골랐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아이들이 6세만 돼도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부모·교사의 태도를 비롯해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성 평등을 실현하려면 남성도 일·가정 양립을 해야 하고, 남성이 포함된 일·가정 양립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999년 124개 여성 단체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발족한 한국여성재단은 성 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 여성 운동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여성회의를 격년마다 개최하고, 여성 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한다. 국내 여성 단체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은 시민사회의 저력에 있습니다. 올해 15회를 맞는 대중 모금 캠페인 ‘100인 기부 릴레이’를 잘 진행해 모금의 저변을 확충하고, 재단이 여성 지위 향상과 권익 증진에 특화된 비영리단체 롤모델이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 이사장의 포부다. 그의 옷깃에 달린 재단의 금빛 로고 배지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여성을 뜻하는 Women의 첫 글자 W에 같은 곳을 바라보는 남녀의 옆얼굴을 형상화한 모습이 성 평등 사회를 위해 뚜벅뚜벅 전진하는 재단의 앞날을 보여주는 듯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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