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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호의 사서삼매경](4) '존왕양이' MB보다 못한 2017대선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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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3-11 09:00:00 수정 : 2017-03-24 15: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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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실은 쇠했으나 아직 천하의 주인입니다. 주가 낙읍으로 천도한 이래 여러 일로 열국이 임금과 신하를 구별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주공께서는 주왕실에 사절을 보내어 천자의 조칙을 구해 제후들을 모아 송군의 자리를 정하게 하십시오. 송군이 정해지면 왕실을 높임과 동시에 오랑캐를 몰아내야 합니다. 약국을 북돋우고 강국을 억누르며 천하를 혼란캐 하는 나라를 토벌하십시오. 제의 공평무사함이 중원의 제후들에게 알려지면 스스로 입조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능히 패업을 이룰 수 있습니다. (열국지 등에서)

존왕양이(尊王攘夷)와 계절존망(繼絶存亡)은 관중이 제시한 패업의 도다. 왕실을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치며, 대가 끊어지게 된 왕실의 대를 잇게 해줌으로써 제환공은 패자의 이름을 얻었다. 춘추시대였다. 살육의 시대였다. 왕권을 대리하던 제후들이 패권을 다투면서 백성의 삶은 피폐해졌다. 피의 굶주림과 칼의 광기를 막는 것이 민초의 불우함을 멈추는 길이었다. 관중은 주왕실과 제를 중심으로한 열국의 안정을 직설했다. 큰 전쟁을 일으키는 대신에 열국 간의 작은 분란을 막아 천하의 평안을 도모했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비전이었다. 

낙동강 달성보 공사현장
자료사진
삽질도 비전이다. 대한민국을 토건공화국으로 만들었다며 왈가왈부하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전이 있다고 하니 무슨 헛소리냐며 험한 소리를 하는 사람도 많겠다. 더 가까운 결과를 보자. 4대강 친수구역은 있으나 마나한 휴양시설이지만 있어도 그만이게 됐다. 주말마다 두 바퀴들이 자전거길을 앞다퉈 달리고 있다. 물을 생업으로 하지 않는 이들에게 환경 파괴 논란은 먼 이슈다. 그 많던 악다구니들은 모래성이 됐다. 그가 재임하던 시절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면 적어도 노란점퍼 입고 지하벙커를 지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평이 엇갈리는 대통령이지만 퇴임 후 그의 삶은 참 평이해보인다. 시끌했던 모든 과정은 잊혀졌다. 의혹과 실정들은 모래바람처럼 공허해졌다. 논란이 많지만 변치 않는 사실은 있다. 그가 제시한 비전에 대해 국민 48.67%가 지지했다는 사실 만은 불변하다.

제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행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역사어린이합창단 어린이들이 독립문 방향으로 행진하며 태극기를 들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2017년 대선 주자들의 비전은 모르겠다. 한 번의 대선을 치르고 4년여를 더 보낸 문재인 전 대표의 비전은 아직도 아리송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읊조리던 말처럼 '원칙이 승리하는 시대' 정도의 이미지는 갖춰야할 때 인 듯 싶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내세우는 4차 산업혁명은 위험하다. AI와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은 실천력과 정의를 앞세우고 있다. 시대정신에는 부합하겠지만 개혁이 성공할 만큼 세가 충분할 지는 미지수다. 


안희정 지사는 시대 교체를 제시했다. 정치가 불신 혐오로 통하는 시대를 끝내겠다 했다. '어떻게'라는 측면에서는 창조경제가 떠오르기도 한다. 

황교안 대행은 말 안해도 보수의 고수겠다. 아직 시대가 바뀌는게 싫은 사람에게는 비전이 될 수도 있겠다.

봄이 왔다. 얼렁뚱땅 하다가 봄이 왔다. 얼렁뚱땅 선거를 치르게 생겼다. 자연의 온도는 날로 따스해지고 있지만 사람 사이의 온도는 나날이 차갑다. 광장을 가득 메운 두 목소리를 들으며 국민통합의 리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패와 무능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의구현의 리더도 있어야 하리라 본다. 인간된 도리를 저버린 북한의 지도자를 보며 자력안보의 의지를 가진 리더도 있어야 겠다. 나락으로 떨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생부흥의 혜안을 가진 리더도 절실하다. 시대는 다양한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민생은 여삼추인데 선거판은 백지다. 백지 선거다. 백지 문제지에 답안만 있다. 문제가 없으니 문제풀이 따위가 있을리 없다. 바라던 답이 아닐 수도 있다. 대중에게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건 대선 주자의 직무유기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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