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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라인] 길었던 공방의 끝… 탄핵심판, 결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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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27 19:15:43 수정 : 2017-02-27 19: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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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추위, 변론서 읽다 한숨… 朴 대통령 “최씨 경계 못해 후회” / 헌재 재판관들 매일 비공개 평의…보안 위해 선고날 평결 가능성도 / 헌재 앞서… ‘탄핵 찬반’ 대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뒤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자료사진
◆소추위, 변론서 읽다 한숨… 朴 대통령 “최씨 경계 못해 후회”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하는 동안 우리 국민은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해 왔습니다. 피청구인(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신뢰를 보냈던 국민들이 받은 상처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선 국회 측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의 목소리는 떨렸다. 총 17차례의 변론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마무리 짓는 재판의 엄중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듯했다.

뚫어야 …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시작되기 전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사위원장(오른쪽)이 탄핵소추위원단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권 위원장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려 이 탄핵심판 사건까지 오게 됐다”고 탄핵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미리 준비해 온 최종변론서를 막힘없이 읽어내려가던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설명하던 중 감정이 북받쳤는지 한숨을 쉬거나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막아야 … 27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시작되기 전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왼쪽)가 김평우 변호사(오른쪽) 등 대리인단의 다른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국회 측은 권 위원장을 시작으로 황정근·이용구·이명웅 변호사가 차례로 17개에 이르는 탄핵소추사유를 파트별로 나눠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들은 헌재와 국회 측을 원색적으로 공격한 대통령 대리인단의 무례한 태도와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자세를 지적하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신성한 법정에서 표출된 (대통령 대리인단의) 일부 지나친 언행으로도 사안의 본질을 가릴 수 없으며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황 변호사도 “이제까지 대통령의 태도는 일국의 대통령답지 않다. ‘억울하다’며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등 아직도 그 잘못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중환 변호사는 표정 변화 없이 청구인 측의 말을 듣고 있다가 박 대통령의 대응자세가 도마에 오르자 머리가 아픈 듯 손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국회 측의 변론은 재판부가 당부한 1시간을 20여분 넘겨 마무리됐다.

8인의 선택은… 27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8명이 착석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후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종 의견 발언 순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대리인들끼리 말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이 권한대행이 “이동흡, 전병관, 이중환 변호사 외에 또 발언하실 분이 계시느냐”고 묻자 피청구인 대리인석에 앉은 김평우 변호사를 비롯한 5∼6명의 변호사가 우르르 손을 들었다. 이 중 ‘이의가 있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김 변호사는 재판부를 향해 “(미리 정해진) 저 세 변호사들이 먼저 하는 게 아니고 정기승 변호사님께서 먼저 하고 제가 뒤이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변호사가 “미리 합의된 바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대통령은 사익을 추구한 적도 없고 깨끗한 정치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차례로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전날 헌재에 불출석 의사를 알린 박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담은 최후진술서를 헌재 재판관 출신인 이동흡 변호사에게 대신 읽게 했다. 박 대통령은 최후진술서를 통해 최순실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국민에게 송구하다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일은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순실씨는 40년간 옷가지 및 생필품 등을 도와준 사람으로 ‘국정농단’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최씨의 사익 추구에 어긋나는 공무원을 면직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다만 “그동안 가까이 했던 최씨에 대한 믿음을 경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후회한다”는 심경을 밝혔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수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최종변론기일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 권한대행이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 재판관들 매일 비공개 평의…보안 위해 선고날 평결 가능성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이 27일 마무리되면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선고 때까지 약 2주간 침묵 속에서 장고에 돌입한다.

헌재는 탄핵 인용 또는 기각 등의 결론 도출을 위해 재판관 8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재판관회의(평의)를 열게 된다. 매일 비공개로 진행되는 평의에는 재판관 외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최종 표결도 선고 당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은 최종변론 때까지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측이 제출한 주장을 토대로 쟁점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재판관 임명의 역순으로 의견을 밝히는 관례에 따라 가장 최근에 임명된 조용호(62·사법연수원 10기) 재판관부터 의견을 내놓게 된다. 최고 선임자인 이정미(55·〃16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마지막으로 의견을 낸다. 이 자리에서 각 재판관들 간에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심재판관은 평의에서 나온 의견들을 토대로 재판연구관에게 기각과 탄핵 인용 등 각자 결론을 달리한 여러 종류의 예비 결정문을 작성하게 한다. 결정문 작성 과정에서 재판관들의 의중이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평의가 끝나면 재판관들은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한 표결인 평결을 한다. 국가 중대 사안인 이번 사건에서는 결론의 보안 유지를 위해 선고 당일 오전에 평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는 앞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때도 선고 당일날 평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탄핵 인용 결정이, 6명을 채우지 못하면 기각 결정이 내려진다. 결정문에는 각 재판관들이 탄핵 찬성과 반대 중 어떤 의견을 냈는지 실명으로 기록하게 된다.

최종변론 이후 선고까지 통상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선고는 다음달 10일이나 이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13일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선고날짜는 보통 3∼4일 전에 확정된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최종 변론기일(4월 30일) 이후 2주 후인 5월 14일 선고가 이뤄졌다.

◆헌재 앞서… ‘탄핵 찬반’ 대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진행된 27일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박 대통령 지지자들은 돌발행동을 제한하는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반면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탄핵 반대 측의 이날 시위는 이전에 비해 훨씬 거칠었다.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한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각”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린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헌재 주변에서 농성을 벌였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헌재 100m 근방에서는 ‘2인 이상’의 집회는 불가능하며 1인 시위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태극기를 들고 온 일부 시위자들을 헌재에서 100m 이상 떨어진 안국역 근처로 강제로 이동시켰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한 한 70대 노인은 오전 10시쯤부터 안국역 2번 출구 앞에서 드러누웠다. 주변의 신고로 응급차까지 출동했지만 “난 아프지 않다. 내가 있던 자리로 그대로 데려다 놔”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를 목격한 시위대들은 “왜 노인을 길거리에 방치하느냐”며 경찰과 대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용”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린 27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인용을 촉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오후 1시부터 보수단체 어버이연합과 ‘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로 구성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천구백만 민심’ 소속 50여명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탄핵은 절차 자체가 불법으로 ‘인용’도, ‘기각’도 아닌 ‘각하’가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오후 2시 최종변론이 시작되자 태극기를 들고 탄핵 기각을 외치는 이들의 막무가내식 행태는 극에 달했다.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측은 비교적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행동’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 앞은 역사의 현장이다. 신속한 탄핵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헌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헌재는 주권자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헌재가 헌법을 대변하는 기관이라면 민주주의 파괴 핵심 범죄자 박근혜를 파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민순·장혜진·남정훈·이창수 기자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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