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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정윤회 문건' 파동과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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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6 13:54:30 수정 : 2017-02-16 13: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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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불법으로 내통한 사실이 드러나 전격 사임했다.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 스캔들’은 한국에서 지난 2014년 말 터져나온 ‘정윤회 문건’ 파동과 놀라울 정도의 닮을 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의 박근혜 대통령과 현재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실과는 거리가 먼 가공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정윤회씨가 2014년 12월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 말 최순실씨의 당시 남편 정윤회씨가 청와대의 ‘문고리 권력 3인방’ 등과 만나며 국정에 개입한 의혹이 담긴 ‘정윤회 문건’을 입수해 폭로했다. 박 대통령은 이 보도에 대해 당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청와대에는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들이 많이 들어온다. 조금만 확인해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고 세계일보의 보도를 비판했다.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다시 그해 12월 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결위 위원과 오찬을 하면서 ‘정윤회 문건’ 얘기를 꺼냈다. 박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며 “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해당 문건 유출을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짓고, 철저한 검찰 수사를 지시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윤회 문건’ 의 사실 여부를 눈 딱 감고 외면한 채 문서 유출 경위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때 민정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이를 ‘국기 문란 문서 유출 사건’으로 둔갑시키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는 게 정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한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플린 장군이 언론에 의해 매우, 매우 부당하게 대우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가짜 언론’(fake media)에 의해 그렇게 심하게 대우받은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사임한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박 대통령이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라고 했듯이 트럼프는 워싱턴 포스트(WP)가 폭로했던 플린과 세르게이 키스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의 접촉을 ‘가짜 뉴스’로 규정했다. 그러나 미국 정보 기관은 플린과 키스략 대사간 통화 내용을 포착했고, 그 내용이 워싱턴 포스트에 흘러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정보기관에서 문건 등이 유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유출은 범죄 행위, 범죄 행위”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 대목 역시 박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 유출을 ‘국기 문란 행위’라고 규정한 것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트럼프는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해 “훌륭한 사람이고, 플린 장군에게 일어난 일, 그가 대우받은 방식, 불법적으로 유출된 문건 등은 매우, 매우 부당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에 담긴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에는 눈을 감은 것과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플린이 불법적으로 러시아 측과 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한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마이클 플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오른쪽)이 2015년 12월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관영 TV RT 개국 10주년 행사에 참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박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청와대의 참모와 당시 새누리당 책임자들이 박 대통령의 나팔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당시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야당이 (정윤회 문건) 공방을 중요한 민생 과제들을 제쳐 두는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핵심 측근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이 나섰다. 그녀는 NBC방송에 출연해 “플린이 스스로 피뢰침이 된 것을 알고, 사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곧 드러났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플린이 러시아 대사와의 접촉 문제를 놓고 거짓 보고를 해 트럼프 대통령이 경질했다고 발표했다. 콘웨이 고문은 방송에 출연해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이유로 CNN, MSNBC 방송이 출연 금지 대상자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트럼프가 ‘플린 게이트’를 문서 유출 범죄 사건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으나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폴 마나포트 전 트럼프의 선배본부장 등 측근들이 러시아 정보 기관과 내통해온 사실을 속속 폭로하고 있다. 트럼프의 러시아 유착 문제가 불거지면서 취임 한 달도 안돼 미국 정가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얘기가 흘러나오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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