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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미 ‘선물 보따리’ 푼 아베… 손 놓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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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1 00:03:00 수정 : 2017-02-10 23: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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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미·일 정상회담에서 두툼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놨다. 향후 10년간 대미 인프라 투자 등으로 45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만들어 7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미·일 성장과 고용 이니셔티브’다. 소프트뱅크, 도요타자동차, 샤프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기업까지 미국 내 대규모 투자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 정·재계가 합심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계획으로 열릴 시장을 선점하려는 계산이다.

우리 처지를 돌아보게 된다. ‘공정한 비용 분담’을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는 조만간 동맹 비용 청구서를 내밀 것임이 분명하다.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그중 하나다. 향후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 정책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게 되면 우리의 수출과 고용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대로 중국·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몰아붙이면 우리에게도 환율전쟁의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강경책도 속속 윤곽을 드러내는 마당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북한 미사일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 역량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선제타격 등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공론화하는 데다 미 의회도 동조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자칫 한반도 안보 정세가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로 돌변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런 대응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로 한·미 정상회담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상외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번 한 게 전부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통한 대응도 여의치 않다.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미·일 정상회담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아시아 정책 구상을 토대로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한·미관계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곳은 우리 정치권이다. 트럼프 정부의 타깃이 될 안보·통상 분야와 관련해 어떤 대선주자도 눈에 띌 만한 정책 구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일전에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소리쳤다. 냉엄한 국제현실을 읽지 못한 발언이다. 우리보다 국력이 강한 일본이 무엇 때문에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풀었는지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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