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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촛불 VS 태극기 집회 VS 반 트럼프 시위…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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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11 13:00:00 수정 : 2017-02-11 11: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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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11일 대보름에 열린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여야 정치권이 본격 합류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장외 대결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2월 중 탄핵 심판 선고가 물건너간 상황에서 두 집회의 양상이 탄핵 정국의 흐름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탄핵 위기론’을 내세워 촛불집회의 화력을 증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친박계는 ‘탄핵 기각론’으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야권의 주자들은 촛불집회로 달려가고, 여권의 주자들은 태극기 집회로 몰려가고 있다. 벚꽃 대선 가능성으로 인해 촛불과 태극기가 정면충돌하고, 한국 유권자의 표심이 둘로 갈라지고 있다.

PA=연합뉴스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반 트럼프 시위’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만 50만여명(주최 측 추산) 등 전국적으로 500만명가량이 참가하는 대규모 ‘여성행진’ 시위가 있었다. 트럼프가 최근 이란, 이라크 등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반 이민 행정명령’을 발령하자 전국 주요 도시의 도심과 공항 등에서 항의 시위가 물결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서 공화당에 참패한 민주당은 반 트럼프 시위에 한껏 고무돼 있다. 오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막을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보았다.

민주당의 지도부가 가담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의 진보 진영은 벌써 트럼프 탄핵 운동에 돌입했다. 트럼프 탄핵을 위한 정치 외곽단체와 시민 단체의 모금 운동, 웹사이트 운영, 청원 서명, 지역구 의원 방문 및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촛불 VS 태극기’ 집회와 미국의 반 트럼프 시위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눈 앞에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정치권이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 적극 편승하고 있다. 촛불 민심과 태극기 민심을 표심으로 연결하겠다는 게 한국 정치권의 숨길 수 없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은 대통령 선거 이후에 반 트럼프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 정치인들은 반 트럼프 시위를 멀리서 응원할 뿐 직접 뛰어들고 있지는 않다.

한국의 집회 참가자들은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다. 실제로 촛불 민심이 박 대통령 탄핵안 국회 통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헌재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에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PA=연합뉴스
미국에서는 반 트럼프 시위대가 워싱턴 DC 등 미국의 주요 도시를 휩쓸고 있으나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을까’라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줄리안 젤리저 프린스턴대 정치역사학 교수는 지난 8일 워싱턴 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시위대가 로널드 레이건에 상처를 입히지 못했고, 트럼프를 멈추게 할 수도 없다”고 진단했다. 반 트럼프 시위가 오히려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입지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반 트럼프 시위는 1980년대 반 레이건 시위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레이건은 1981년 취임 초 지지율이 51%를 겨우 넘었고, 1982년 34%에 그쳤다. 레이건은 572개 중거리 핵 미사일의 서유럽 배치를 강행해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반핵 시위를 몰고 다녔다. 지난 1982년 7월 12일에는 뉴욕시에서 100만 여명이 참석하는 초대형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레이건은 1984년에 압도적인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젤리저 교수는 “트럼프도 레이건처럼 ‘강한 남자’ 전략을 쓰고 있고, 트럼프의 지지율이 떨어지지만 그의 지지층은 여전히 결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민주당 지지자의 10%만 찬성하고 있으나,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 90%가 지지하고 있다. 젤리저 교수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여전히 견고하고, 이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예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반 트럼프 시위가 격화할수록 친 트럼프 세력이 더욱 결속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는 반대 세력을 끌어들이기보다 지지 세력을 꽁꽁 묶어두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촛불 민심을 완전히 외면한채 오로지 태극기 집회 세력에 매달려 탄핵이 기각되는 대역전극을 꿈꾸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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