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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미래? 재앙? …AI 현실 얼마나 준비 됐나

입력 : 2017-02-12 15:00:00 수정 : 2017-02-12 14: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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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내 전 산업분야 영향…신생기업 진입·성장에 사활 / 발목 잡는 시장규제 혁파해 / 천지창조 수준으로 문호개방 / 4차 산업혁명 대비 서둘러야
AI 미래 장밋빛 전망만…한국 기술력 미국의 75% 수준 / 8년내 일자리 1630만개 대체 / 대량실업·AI 사고 대비책 등 / 사회·경제 구조개편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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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바야흐로 ‘과학’의 시대다. 과학은 우리 삶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인류를 먹여살릴 먹거리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들이 21세기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가운데 전 세계 기업들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뜨겁다.

이 가운데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단연 AI다. AI는 생각하고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간 고유의 지식활동을 하는 컴퓨터 시스템이다.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로 쓰이던 AI는 스마트폰, 가전 등에 적용되면서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정부는 올해 AI를 키워 경제성장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AI, 똑똑해지다

‘AI, 인간을 넘다.’ 지난해 3월 종합일간지 1면을 도배했던 기사 제목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라 불린 이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은 결국 알파고에 패배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통념을 깬 사건이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국이 시작된 9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한윤종 기자
이처럼 AI가 ‘똑똑’해진 것은 딥러닝(Deep Learning·자기학습) 덕분이다. 딥러닝은 뇌의 신경세포를 모방해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며 배우고 지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인공신경망이다. AI가 사람처럼 수많은 경우의 수를 분석하고 사용자 의도를 파악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 같은 AI 기술은 우리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스마트폰 등 일상생활에도 AI가 적용돼 있다. 스마트폰의 경우 기존 AI는 음성인식을 통해 전화를 걸거나 날씨 등 간단한 정보를 찾아주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사용자의 감정이나 추상적인 단어도 해석하며 꽤 긴 대화가 가능하다. 앞으로 출시될 스마트폰의 AI는 훨씬 ‘사람다운’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속 AI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허’(Her)가 허무맹랑한 내용만은 아닌 것이다.

AI 활용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랙티카(Tractica)의 ‘AI 시장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은 2016년 6억4370만달러(7609억원)에서 2025년 368억달러(43조5000억원)로 급증할 전망이다. 트랙티카는 “향후 10년 간 AI 기술은 가능한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인류의 미래 혹은 재앙

AI는 단순히 정보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하는 일까지 넘보고 있다. IBM의 AI 소프트웨어 ‘왓슨’은 2011년 퀴즈쇼에 나가 인간에게 승리했으며 미국 조지아공대에서는 몇달간 온라인 게시판에서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등 조교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 중 조교가 AI라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영국의 한 식료품 유통업체는 고객의 불만 전화 등에 음성인식 서비스를 활용해 고객의 감정을 추론하고 불만도가 높은 건에 시간과 자원을 우선 할당하는 식으로 고객 만족도를 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텔 등에서 고객을 맞는 업무를 하는 AI도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한 로펌은 판례 암기 능력이 뛰어난 AI를 파산전문변호사로 채용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향후 30년 안에 상당수 직업이 AI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AI·로봇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직업 종사자 중 12.5%는 현재 AI·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2020년 41.3%, 2025년 70.6%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8년 뒤 1630만명가량이 AI·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AI가 ‘인류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는 아직 걸음마 수준

한국은 AI 시대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국내 회사들은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AI 시대에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AI 음성인식 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비브랩스의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 가전, 스피커 등 다양한 제품에 AI를 접목시킨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AI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올해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와이파이 기능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AI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미국 등에 비하면 한국의 AI 기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2015년 발표한 ICT 수준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AI 기술 수준을 100이라고 봤을 때 한국은 75로 평가됐다. 기술 격차는 2년에 달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 AI 인재 양성 등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AI 분야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올해에는 AI 핵심기술에 대한 국가 전략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도 관련 스타트업을 키우고 산업의 걸림돌인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열린 ‘지능정보사회 추진 민간 콘퍼런스’에 참석한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지식정보사회 혁신을 촉진하려면 많은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과 성장이 필요한데 한국은 미국·일본보다 기업의 퇴출·진입률이 낮다”며 “스타트업이 덩치를 키워 주류에 빨리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대 변호사는 “한국은 기업이나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규제가 너무 많다”며 “구글 같은 회사가 나오려면 창의력을 행정비용에 소진하지 않고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AI와 관련된 미래를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이들이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등 대비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AI 발전으로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80만개라고 발표하는 등 장밋빛 미래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는 실업이나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 등 대비해야 할 문제도 많다”며 “AI 발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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