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선진화와 통일을 필생의 화두로 삼았던 박세일(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별세하기 전 가까운 지인들에게 보낸 ‘지도자의 길’이라는 글의 일부다.
본보가 입수한 박 교수의 ‘마지막 유작’은 지난해 2월 박 교수가 유가의 고전인 ‘대학’을 주제로 지인들 앞에서 발표하고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이 글에서 “대한민국에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등장하는 주 이유의 하나는 정치 지도자와 행정 지도자들이 경세학 내지 지도자학에 대한 기초적 이해를 제대로 하지 않고 불충분한 상황에서 정치와 나라 운영의 큰 책무를 맡는 경우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무나 지도자의 위치를 탐하여서는 안 된다”며 “치열한 준비도 없이, 고민도 없이 나서는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단히 무례한 일이다. 아니 죄악이다”라고 썼다.
박 교수는 지도자의 덕목, 자질을 설명하면서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사심이 없어야 신상필벌의 법치를 세우는 일, 유능하고 유덕한 인재를 윗자리에 앉히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 글 첫 페이지에 “차후에 우리나라의 안민학·경세학이라는 하나의 학문체계를 만들어 나갈 때 첫 부분이 지도자론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안민학·경세학을 만들어 나가는 데 (이 글이)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적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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