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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라인] 출구 안 보이는 '소녀상 갈등'… 한국 정부는 '인내' 중?

입력 : 2017-02-08 18:40:02 수정 : 2017-02-08 22: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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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사 소환 한달… 정치권 일각 “주일 한국대사 맞소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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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부산 소녀상’에 반발하며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킨 지 9일로 한 달이 됐다. 하지만 경색된 한·일관계의 출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아 사태 해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 측에서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는 방향으로 전향적인 언급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나가미네 대사를 귀임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아베 총리는 “한국 측이 움직이지 않는 한 대사는 돌려보내지 않는다”고 주변에 말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일시 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의 복귀 시점에 대해 “미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더블린=교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도 7일 기자회견에서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 시기에 대해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에 끈질기게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합의의 이행을 호소할 것”이라며 한국 측에 소녀상 철거를 촉구했다.

부산 일본 영사관 앞 부산겨레하나 측이 설치한 소녀상 옆 지하철 승강기 벽면에 ‘반일감정 악용하는 종북좌파 선동단체 고발한다’ (이제는 용서를! 이제는 화해를…)는 문구를 한 남성이 부착한 뒤 1인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2월30일 한국 시민단체가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자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일 나가미네 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열흘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일시 귀국 기간은 벌써 한 달이 됐다. 이는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 항의 차원에서 일시 귀국했던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대사가 12일 만에 귀임한 것에 비춰 봐도 이례적으로 길다. 그 사이 일본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일본 정부의 강경조치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70%를 훌쩍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고, 아베정권의 지지율도 상승했다. 아베 총리가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 문제와 관련해 ‘배짱’을 부리는 이유다.

이 같은 분위기를 고려할 때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시간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리 정부가 소녀상 철거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녀상 문제에 대해 “민간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 주재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일시 귀국하는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오른쪽)가 지난 1월 9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남제현 기자
더욱이 오는 22일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를 강행할 계획이고, 다음달에는 독도를 일본 영토로 명기한 일본 정부의 ‘학습지도요령’이 나올 예정이어서 양국관계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16∼17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외교장관회의나 17∼19일 개최되는 뮌헨 안보회의에서 한·일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두 회의에 모두 참석할 예정이며, 이때 기시다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정치권 일각 “주일 한국대사 맞소환” 요구

일본 정부가 지난달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한 뒤 한 달째 귀임시키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인내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주일 한국대사도 소환해 강경대응으로 맞서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외교부는 일단 상황을 주시한다는 신중한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8일 “이럴 때일수록 국제사회에서 제3자가 봤을 때 누가 한·일관계를 잘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나”라며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나가미네 대사 귀임 시점에 대해 “주한 일본대사 귀임은 일본 정부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나가미네 대사가 한 달간 귀임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일본 언론의 질문에 “한·일 양국은 가까운 이웃국가이자 다양한 분야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며 “양국간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상호 협력을 통해 양국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2·8독립선언 선포 98주년… 도쿄서 울려 퍼진 만세삼창 8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2·8독립선언 선포 98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8독립선언은 1919년 2월8일 재일 조선인 유학생 600여명이 도쿄 기독청년회관(YMCA)에서 조선의 독립을 요구한 선언으로 3·1운동의 계기가 됐다.
국가보훈처 제공
주한 일본대사 공백 상태가 전례없이 길어지면서 우리 측의 강경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비외교적, 반대한민국적 태도를 보면서 참고 있는 것도 대한민국의 자존심 문제”라며 “주일 한국대사 소환 검토를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탄핵소추위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외교부 내에서도 일본 측 행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을 무시하기 좋다는 계산하에 나온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다만 대체로 윤병세 장관이 일본 정부의 나가미네 대사 소환 조치시 일본 측에 대해 지나치고 과도한 결정이라는 취지로 항의한 바 있는데 아무 계기 없이 우리가 주일 한국대사를 소환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기류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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