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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라인] 반기문 불출마 호재? 악재?… 불붙은 대선정국

입력 : 2017-02-02 18:59:51 수정 : 2017-02-03 07: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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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홍보도 화력戰 … 상승세 안희정 … 새누리 ‘黃 대안론’… 유승민·남경필, 황교안에 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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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와 대화… 드론 띄워 동영상 제작… 文, 홍보도 화력戰

대권 경쟁에서 지지도 선두를 유지하며 대세론을 강화 중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PR(선전)전에서도 다른 주자를 압도하고 있다. 유권자의 스마트폰 동영상 소비가 크게 늘어난 이번 대선에선 각 주자 간 동영상 콘텐츠 경쟁도 중요한 전장이다. 대선 재도전자로서 아직까진 인적·물적 자원이 가장 풍부한 선두주자답게 양과 질 모두에서 다른 주자를 크게 앞서고 있다.

대선 주자 간 동영상 대결의 장은 역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다. 2일 국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은 34초 분량의 문 전 대표와 애플 아이폰 인공지능서비스 ‘시리’ 간 대화 장면. 전날 발표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비전과 공약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이 동영상에서 문 전 대표는 ‘시리’와 인사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문답하는 것으로 시청자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활짝 웃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일 오전 설 연휴 후 재개한 전국 민심탐방 첫 지역으로 경남 남해군 남해전통시장을 찾아 상인과 대화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남해=연합뉴스

드문드문 단순히 일정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배포하는 다른 주자와 달리 문 전 대표 측은 ‘문재인 일일 영상’, ‘주간 문재인’을 기본으로 항공촬영용 드론까지 동원하며 다양한 동영상을 추가 배포하고 있다. 지난 설에는 황교익 맛 컬럼니스트, 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함께 20만8000원으로 제수용품을 전통시장에서 마련하는 ‘세남자의 설날 장보기’를 만들었다. 일반 예능프로그램과 흡사한 수준의 2회 분량이 공개돼 1주 만에 총 조회 수 20만회를 넘으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다른 주자들은 아직 이에 못 미친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5시간짜리 즉문즉답식 유튜브 생중계 출마선언을 진행했고, 최근 SBS에서 만든 동영상 콘텐츠 ‘양세형의 숏터뷰-안희정 편’이 큰 인기를 끈 정도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설연휴 중인 지난달 29일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페이스북 생방송 ‘안철수 부부의 설날민심 따라잡기-올 댓(글) 퍼포먼스’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한 바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일 오후 경남 진주시 가좌동 국립 경상대학교 교육문화회관 열린 `청년의 미래를 묻다` 대학생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
문 전 대표는 이날 다시 전국 순회를 시작하며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경남 남해·진주를 방문해 “사상 처음으로 영남 호남 모두에서 지지받는 대통령이 되어서 망국적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첫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진주 혁신도시의 LH공사에선 노무현정부가 만든 혁신도시 사업을 이어가겠다며 ‘혁신도시 시즌 2’를 공약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인재 영입에도 속도를 냈다. 문 전 대표 삼고초려에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포 출신 전 전 부총리는 옛 재무부 ‘모피아’와 쌍벽을 이루는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 관료 인맥의 원로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전직 감사원장도 지낸 전 전 부총리 합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국정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호남 인사로서의 대표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전 원장은 지난해 4·13 총선 과정에서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내 호남을 둘러싼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인재 영입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가 2일 오전 국회 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상승세 안희정 “더 좋은 정권교체 이룰 것”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2일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교체를 향해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 측의 백재현, 정재호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대선 예비후보 등록 절차를 마쳤다.

당 경선에 뛰어든 안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 번 더 생각하면 저 안희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권교체 그 이상의 가치가 저 안희정”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올해 들어 지지율의 가파른 상승세로 두 자릿수로 올라섰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흔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를 의식한 듯, 안 지사는 ‘더 좋은 정권교체’를 슬로건으로 밀고 있다. 단순히 여야가 뒤바뀌는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가 불신과 혐오로 통하던 시대를 끝내고 분열과 수모의 역사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여권의 유력 주자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로 충정 대망론을 이어받을 유일한 후보가 된 것은 호재로 꼽힌다. JTBC·리얼미터가 1일 실시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안 지사는 11.1%로 야권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도권·호남과 20·30대 연령층 지지율은 여전히 취약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 지사가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안보·경제 분야에 대한 중도노선이 야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과 젊은 층의 공감을 쉽게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제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전통적인 여야 지지기반으로부터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의 길”이라며 “그만큼의 많은 위험을 안고 걷는 길이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대부분의 후보들은 국가주도형, 정부주도형, 관주도형 국가운영체계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일자리, 4차 산업혁명, 재벌개혁에 대하는 태도도 정부주도형 과잉정치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곧바로 “특정후보를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공공기관 일자리 81만개와 4차 산업혁명 추진을 위한 청와대 직속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한 문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 ‘黃 대안론’으로 대권 채비… 黃 알 듯 모를 듯 ‘미소만’

새누리당이 ‘황교안 대안론’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레이스 중도하차가 계기가 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대권 채비에 손을 놓고 있던 여당이 본격적으로 ‘황교안 띄우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당을 선택한다면, 새누리당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을 둘러싼 ‘박근혜정부 공동 책임론’ 지적에 대해서는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감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10% 남짓 나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지 않으냐”며 “경선을 할 때 당원들이 판단해 논의되고 걸러질 문제”라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그러나 “당장 영입하겠다거나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며 “권한대행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여러 정치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본인의 선택이지) 우리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회에 간 黃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오전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권한대행은 여당의 입장에선 마지막 남은 카드가 될 수 있다. 당내 주자로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정우택 원내대표, 원유철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현재로서는 경선에서 흥행 참패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내 인물을 키워 새로운 돌풍을 기대하더라도 최소한 황 권한대행이 참여해서 판을 키워주지 않으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기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황 권한대행이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는 기류도 엿보인다. 이날 당내 초선 의원들의 모임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첫 번째 책임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국가위기상황에 대비하는 것인 만큼 지금부터 불필요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세계일보 통화에서 “반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황 권한대행도 현실정치를 경험한 적은 없는 분”이라며 “당이 황 권한대행만 바라보지 말고 다양한 후보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걸림돌이다. 탄핵심판이 인용될 경우 황 권한대행은 내각을 통할한 국무총리로서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조기 대선일 30일 전에 황 권한대행이 사표를 내고 직접 사표를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본회의 출석 후 대선 출마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만 지을 뿐 답변은 하지 않았다.

황 권한대행 측은 국회의 대정부질문 출석 요구에 대해 “국회 출석으로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 발생 시 이에 즉시 대처하기 어려워지는 등 안보공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재고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사실상 불출석의사를 밝혔다. 황 권한대행 측은 지난해 12월 대정부질문 당시에도 권한대행의 답변 전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출석했다.

바른정당 소속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보수 적자’ 노린 유승민·남경필, 황교안에 견제구

여권 유력 대선후보였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중도하차하며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반 전 총장에 가려져 있던 보수 후보들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보수진영 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등 ‘보수 적자’로 부상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유 의원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권한대행을 겨냥, “평생 공안검사 출신이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분이라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보수의 길이나 철학, 개혁의지 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황 권한대행이 만약 대선 출마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 뜻을 밝히고 권한대행 자리를 그만둬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오후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창업지원센터를 방문해 스타트업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업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제시한 ‘보수후보 단일화’에 국민의당 후보들도 포함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람에 따라서 다르다”고 말해 안철수 전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남 지사도 황 권한대행에 대해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고민을 하고 실전 경험이 있는 프로페셔녈 정치인에게 우리 가족의 안전을 맡겨야 한다. 한국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은 정치의 프로페셔녈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이 정당경험이 없는 것을 꼬집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퇴장하는 潘, 참모진들과 오찬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오른쪽)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캠프 관계자들과의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흠결 끄집어내는데만 혈안” 반기문, 지도자들 행태 비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일 “정치는 꾼이 하는 것이니 정치꾼한테만 맡겨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마포 한 중식당에서 참모진과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치사회에서는 정치는 꾼이 하는 것이란 식으로 한다”며 “정치를 특정한 배타적 지역으로 만들어놓고 자기들끼리 한다. 이런 것은 정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는 과학이 아니다”라며 “과학계에는 제가 감히 들어간다고 얘기를 못 하지만, 정치는 어떤 국민이든 참정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모든 국민에게 다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 행태와 관련해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분들은 제가 3주간에 걸쳐 얘기한 대통합과 대타협을 통해 서로 분열되는 상황을 고쳐야 한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계층별, 이념별, 지역별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너무 국내 정치에 함몰되면 큰 것을 잃어버린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 지도자들이 확실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너무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떤 개별적 잘못을, 흠결을 끄집어내는 데 거의 혈안이 된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가 자자손손 대대로 갈 때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자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겠나”고 반문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사당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도 “모든 원인을 정치인이 제공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모두 생각이 다르니 국민이 고생한다“며 “실제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역시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더 각성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반 전 총장은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헌법 개정안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은 세종시의 행정 비효율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며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완성하는 공약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대선불출마 선언 이후 자신을 지원할 의사를 밝혔던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최고위원 등에게 차례로 전화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김 의원에게 “귀국 후 만난 정치권 인사 중 가장 진정성 있게 얘기해주고 다가와 줬는데 참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고, 오 최고위원에게도 “미리 상의를 드리는 게 도리인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박성준·박영준·김달중·유태영·이동수·박세준·이도형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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