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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에 휩싸인 한반도… 대한민국이 원하는 리더십은

입력 : 2017-01-31 18:50:24 수정 : 2017-01-31 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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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외교 시대' 맞는 뉴리더십] 전문가 인터뷰 “차기 대통령은 탈이념·탈낙관·탈구호 리더십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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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격랑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형대국관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한 러시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쟁할 수 있는 일본. 한반도 주변 4강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전개 중이다. 여기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핵·미사일 위협을 계속하며 동북아에 풍파를 불러오고 있다.

차기 대한민국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세월호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비롯된 국민의 상처를 보듬는 동시에 우리 생존과 직결된 외부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느냐가 중대 과제다. 과연 우리 앞에 몰려오는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 차기 대통령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할까. 남궁 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전 한국국제정치학회장),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에게 물었다.

남궁 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박근혜정부를 반면교사 삼아야”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재 어디에 서 있는지 좌표를 알아야 한다. 또 이를 위해서는 과거에서 교훈을 찾아야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안보 리더십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혹독하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의 갈 지(之)자 행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유라시아이니셔티브와 같은 구호(口號)성 외교정책, 자화자찬식 외교평가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남궁 영 교수는 “우리가 통일되기 전까지 중국은 통상(通商) 파트너이지만 외교안보적 친구는 될 수 없다”며 “박근혜정부는 미국, 중국과 모두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관계에서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상실하게 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송대성 전 소장은 “박근혜정부는 중국의 실체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마치 중국이 미국과 비슷한 우방이 될 것처럼 생각하는 혼미한 상태였다”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을 통해 중국의 실체는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됐으나 그 과정에서 미국 등 우방의 오해를 사게 됐다”고 평가했다. 최강 부원장은 “여러 강대국의 변화에 대해 너무 소홀했다”며 “국제 정세의 국면 변화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했으며 자화자찬이 너무 심했다”고 지적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이사장은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대외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 문제를 거론했다. “박근혜정부는 처음부터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 탓에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벌었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나 유라시아이니셔티브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황당한 구상이었다. 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를 정책으로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최진욱 원장은 “박근혜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박 대통령의 구상이 크게 잘못된 거 같지 않고, 대북 수단도 대화나 압박 중 하나만 극단적으로 택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하려고 했던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외교안보팀 내에서 대외 전략의 기본이 공유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대통령 혼자 독점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치열한 내부 토론이 있었으면 이런 점이 보완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견제와 균형이 상실된 외교안보팀의 구성과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최 원장은 “청와대는 군 출신이 장악하고 통일부 출신은 통일비서관 1명뿐이다. 외교안보팀에서 통일부 장관의 서열도 밀려 박 대통령이 통일을 강조하면서도 의사결정은 국방부나 외교부가 주도하는 불일치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송 전 소장은 “(외교안보적) 전문성과 충성심이 모두 있는 인재가 등용됐어야 하는데 전문성은 미흡하고 복종만 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탈이념·탈낙관·탈구호 리더십 필요”


전문가들은 차기 대통령에게 외교안보분야에서 탈(脫)이념, 탈(脫)낙관, 탈(脫)구호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도덕적 명분이나 이상보다는 우리가 딛고 서 있는 땅에서 출발하라는 요구다. 천 이사장은 “박근혜정부에서 브랜드가 붙은 외교안보정책이 왜 이렇게 참담한 실패로 끝났는지를 보면 답이 있다. 위시풀싱킹(wishful thinking·희망적 소망)에 의존하는 외교안보정책, 현실보다는 상상하는 외교안보정책, 내용보다는 모양새를 중시하는 외교안보정책, 국제현실과 맞지 않는 외교안보정책은 다 망한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외교안보분야에서는 탈이념화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가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에 도덕성의 논리가 아니라 현실주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위시풀싱킹이 아니라 현실감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지나친 낙관론은 금물이라고 했다. “국제사회는 모든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그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습성을 버려야 한다. 박근혜정부도 ‘모든 것이 다 잘되고 있다’라고만 말하고 일이 잘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선 별로 고려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이 안될 경우에 어떻게 할지 복안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
최 원장은 “우리는 외교안보를 희망사항만 갖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많다”며 “외교안보 정책을 너무 이론화, 교조화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결국 탁상공론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기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외교안보는 의욕만 갖고 되지 않으니 우리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우리의 외교안보적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등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고 자세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미·중사이에서 현실론에 입각해 중심을 잡고 있으면 대외 정책을 전개하는데 좀 수월할 수 있다는 제언도 있다. 남궁 교수는 “차기 지도자가 누가 되더라도 대한민국 지도자에게 외교안보는 쉽지 않다. 세계 200여개국 중 가장 강력한 4국이 우리 주변에 있다. 국내적으로도 어떤 정책을 전개하면 한쪽이 좋으면, 다른 한쪽은 싫다고 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이 원칙과 우선순위를 분명히 세우면 외교안보정책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애매한 행보로 미국, 중국에 모두에 혼란을 주기보다는 ‘우리는 통일 전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식으로 원칙을 분명히 하면 중국에서 일시적으로 불만이 나올 수 있겠지만 결국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에 그렇지 않고 중국이 우리를 압박할 때 (우리가 밀려서) 한·미 관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면 중국이 계속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송 전 소장은 “차기 대통령은 일본과 다툴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과 한·미 결속을 모색해야 한다”며 “대북 정책에서는 우리도 핵을 보유해서 공포의 균형을 맞추든지, 북한을 비핵화시키든지 능수능란한 능력을 발휘치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부총리 신설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 원장은 “현재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가 없다”며 “경제부총리처럼 외교안보 분야에도 부총리가 필요하다. 아예 외교와 통일 문제를 아우르는 가칭 국가전략부와 같은 부서를 신설해 부총리급이 장관을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서·김예진·박수찬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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