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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핵 찬반 양쪽 모두 ‘법치의 중앙선’은 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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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31 00:03:00 수정 : 2017-01-31 0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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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향한 저주·비난 봇물
국론분열은 국가적 재앙 초래
헌재·특검 판단 차분히 기다려야
또 비극적인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설날인 2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6층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인 조모(61)씨가 투신해 숨졌다. 아파트 경비원에 따르면 이 남성의 손에는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사용하는 손태극기 2개가 들려 있었다. 태극기에는 ‘탄핵 가결 헌재 무효’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앞서 지난 7일에는 60대 승려가 광화문광장에서 박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는 글을 남기고 분신자살했다.

이번 사건은 탄핵 사태에서 우리 내부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직 정확한 자살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씨의 태극기집회 참가를 놓고 가족 간에 말다툼이 벌어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탄핵 문제가 가족의 화목까지 찢어놓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랜만에 피붙이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설날에 이런 참담한 일이 일어나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작금의 국론분열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우리 사회는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세력과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집회 세력으로 양분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한 승려는 연단에 서서 “빨갱이들은 걸리는 대로 다 죽여야 한다”고 선동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선 26일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통령을 풍자하는 누드 그림 소동이 벌어진 이후 양측의 적개심은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향후 예고된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은 불쏘시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당장 조씨의 분향소 설치를 놓고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양상이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가 서울광장에 조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히자 서울시는 공권력을 동원해 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이 모든 사태 원인은 어둠과 거짓의 세력들에 있으며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판국이라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도 어느 쪽도 승복할 리 없다. 친박 단체에선 “탄핵이 인용되면 더 큰 비극이 올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마당이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거의 마비된 상태에서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져 싸운다면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이런 재앙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누구든 법치의 중앙선만은 넘지 말아야 한다. 차분히 헌재의 결정과 특별검사의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믿는 법치이자 자유민주주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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