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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이 의혹을 밝힐 곳은 인터넷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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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27 00:01:00 수정 : 2017-01-26 23: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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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특정 인터넷 매체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박 대통령은 그제 한 인터넷 팟캐스트에 출연해 “오해와 허구와 거짓말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굿을 하거나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돼 있다는 의혹들에 대해선 “그런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했다면 탄핵 근거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오래전부터 기획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그동안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된 내용까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소소하게 심부름해주는 사람”이라고 최씨를 규정하면서 그의 국정농단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해서도 “어릴 때 봤고 개명한 줄 몰랐다”고 했다. 자신과 관련한 주요 의혹에 관해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지층을 겨냥해 동정심을 자극해 결집하려는 계산이 엿보인다

최순실 사태 후 굿과 약물뿐 아니라 미용성형 등 근거 없는 주장이 마구 퍼진 건 사실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속이 상하고 힘들어 반박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입맛에 맞는 인터넷 매체를 골라 장외 여론전을 펼친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이 진실을 밝힐 곳은 장외가 아니라 장내라야 한다.

그간의 진실 규명이 잘못됐다면 박 대통령의 책임도 작지 않다. 대통령이 검찰과 특검 조사에 성실히 응했더라면 사건의 실체 규명은 훨씬 쉬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고 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고, 특검의 조사에는 응한다지만 여전히 하세월이다.

박 대통령 측과 최씨 측은 헌재와 특검에 조직적으로 반격하는 양상이다. 최씨는 그제 특검의 ‘강압 수사’를 주장했다. 최씨 변호인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특검이 최씨에게 폭언 등 인권침해 수사를 하고 있다며 폐쇄회로(CC)TV 공개를 요구했다. 불응 시 “제3의 기관에 의해 조사하고 응할 생각”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헌재 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며 전원 퇴진 가능성을 흘렸다.

박 대통령이 장외 여론전을 계속하면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자신의 지지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국가의 공적 기관인 특검과 헌재를 마다하고 인터넷에 기웃거리는 태도는 정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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