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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지기', 심판의 종점에서 "기획" "억울" 외쳤다

관련이슈 최순실 게이트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입력 : 2017-01-25 23:50:08 수정 : 2017-01-25 23: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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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탄핵 후 첫 언론 인터뷰… 모든 혐의 부인 / 특검 끌려가며 “억울하다” 큰소리친 최순실 / 작심한 듯 “자백 강요한다” 주장… 특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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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보수성향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탄핵 가결 이후 심경을 밝히며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권한정지 상태에서 한 첫 언론 인터뷰이자, 지난 1일 청와대 기자단과의 신년 인사회 이후 첫 공개 발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를 운영하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된 1시간 가량의 인터뷰 대부분은 세간의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는 데 집중돼, 탄핵심판 향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설 민심을 겨냥한 여론전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보수 지지층 재결집을 염두에 둔 듯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단 신년인사회에 비해 강한 톤으로 각종 의혹을 부인하는 동시에 보수층에 대한 구애로 해석될 발언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태극기 시위에 나온 분들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법치를 수호하기 위해 고생을 무릅쓰고 나온다”고 치켜세우며 “그분들을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촛불집회를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비교하면서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한 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씨에 대해 박 대통령은 “오랜 시간 알아왔고 저 혼자 지내니까 소소하게 심부름도 해주고 충실히 도와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문화예술계 인사를 추천한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국정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농단이라는 게 인사 개입, 기밀 누설, 정책 관여 등 크게 3가지로 보는데 정책과 기밀을 알았다는 것은 아예 말이 안 된다”며 “인사는 가능한 한 여러 곳에서 천거를 받아 최적 인물을 찾게 되는데 한두 사람이 원한다고, 천거한다고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언급한 최씨와의 경제공동체 개념에 대해서도 “엮어도 너무 어거지로 엮은 것”이라며 “그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박 대통령은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된 자신의 누드 풍자 그림에 대해 “사람이 살아가면서 넘어서는 안 되는 도가 있다”며 “어떤 죄의식도 없이 그 선을 쉽게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지금 현재 한국정치의 현주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헌재 변론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검토된 바 없다”고 답했지만, 특검의 조사에는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정치권에서는 직무정지 상태에서 언론 인터뷰가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탄핵소추위원단장인 바른정당 권성동 의원은 “아무리 중죄인이라도 자신의 생각을 언론에 얘기할 수 있다”며 “만약 인터뷰 자체가 불법이라면 대한민국은 민주국가가 아니고, 언론의 자유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사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언론인을 불러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를 대통령의 정식 직무로 간주할 수 있다”며 “명백한 헌법 위배“라고 비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다 서울구치소에서 체포된 최순실씨가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압송되면서 생중계되고 있는 TV 카메라를 향해 “억울하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
◆ 특검 끌려가며 “억울하다” 큰소리친 최순실


거의 1개월 만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강제로 불려 나온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공개적으로 특검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검팀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사비리 관련 수사를 신속히 끝내기로 했다.

최씨는 체포영장이 집행된 25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압송됐다. 그는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려 조사실로 이동하는 동안 작심한 듯 생중계된 TV 카메라를 향해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어린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한다”고 소리쳤다. 이어 “박 대통령과 경제 공동체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며 “우리 애들까지, 어린 손자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하다가 교도관들에 이끌려 조사실행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특검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를 체포한 것은 지난달 24일 첫 소환조사 이후 6차례나 소환 통보에 불응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최씨의 돌발행동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받았다는 최씨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근거없는 트집을 잡아 특검 수사에 흠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제공동체’ 같은 얘기는 미리 준비했다가 외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교수가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남궁곤 전 이화여대 교수가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특검팀은 최씨를 상대로 정씨가 이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김경숙(62·구속) 교수 등과 짜고 부정을 저지른 혐의(업무방해)를 추궁했다. 그러나 최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대부분 질문에 입을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면 되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대 비리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돌입했다. 이대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최경희(54) 전 이대 총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특검팀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특검팀은 김 교수와 남궁곤(56)·이인성(54) 교수 등 앞서 구속한 이대 비리 관련자들을 기소할 때 최 전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여부도 함께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특검팀은 보강수사 차원에서 김 교수와 남편인 김천제(66) 건국대 축산식품공학과 교수를 나란히 소환조사했다. 김천제 교수는 독일 유학 시절부터 최씨와 인연을 맺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는 정씨의 이대 입시 부정에 김천제 교수도 연루된 정황이 제시됐다. 야당 의원들은 “김천제 교수가 2016년 4월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되는 과정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박세준·김건호·권지현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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