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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그들, 결국 "억울" "불공정" 외쳤다

관련이슈 최순실 게이트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입력 : 2017-01-25 19:29:03 수정 : 2017-01-25 21: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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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끌려가며 “억울하다” 큰소리친 최순실 / 작심한 듯 “자백 강요한다” 주장… 특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일축 / 박한철 ‘3월13일 선고 시한 제시’ 놓고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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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 끌려가며 “억울하다” 큰소리친 최순실

거의 1개월 만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강제로 불려 나온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공개적으로 특검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검팀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최씨 딸 정유라(21)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사비리 관련 수사를 신속히 끝내기로 했다.

최씨는 체포영장이 집행된 25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압송됐다. 그는 구치소 호송차에서 내려 조사실로 이동하는 동안 작심한 듯 생중계된 TV 카메라를 향해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어린애와 손자까지 멸망시키겠다고 한다”고 소리쳤다. 이어 “박 대통령과 경제 공동체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며 “우리 애들까지, 어린 손자까지 이렇게 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하다가 교도관들에 이끌려 조사실행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다 서울구치소에서 체포된 최순실씨가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압송되면서 생중계되고 있는 TV 카메라를 향해 “억울하다”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제원 기자

 

 

특검이 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를 체포한 것은 지난달 24일 첫 소환조사 이후 6차례나 소환 통보에 불응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최씨의 돌발행동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부당하게 자백을 강요받았다는 최씨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근거없는 트집을 잡아 특검 수사에 흠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제공동체’ 같은 얘기는 미리 준비했다가 외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특검팀은 최씨를 상대로 정씨가 이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김경숙(62·구속) 교수 등과 짜고 부정을 저지른 혐의(업무방해)를 추궁했다. 그러나 최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대부분 질문에 입을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면 되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교수가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남궁곤 전 이화여대 교수가 25일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이대 비리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돌입했다. 이대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최경희(54) 전 이대 총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특검팀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특검팀은 김 교수와 남궁곤(56)·이인성(54) 교수 등 앞서 구속한 이대 비리 관련자들을 기소할 때 최 전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여부도 함께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특검팀은 보강수사 차원에서 김 교수와 남편인 김천제(66) 건국대 축산식품공학과 교수를 나란히 소환조사했다. 김천제 교수는 독일 유학 시절부터 최씨와 인연을 맺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는 정씨의 이대 입시 부정에 김천제 교수도 연루된 정황이 제시됐다. 야당 의원들은 “김천제 교수가 2016년 4월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되는 과정에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재임 중 마지막이 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주재를 위해 헌재 대심판정에 들어서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이중환 “심판 공정성 의심” vs 소추위 “시간끌기 노림수”


25일 박근혜 대통령 측이 ‘3월13일 내에 탄핵심판 결론을 내야 한다’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발언에 헌재와 국회 측의 교감 의혹까지 꺼내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대리인단 전원 사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에 맞서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는 의도”라고 받아치는 등 양측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헌재 탄핵심판 9차변론이 끝난 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박한철 소장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며 “헌법재판소와 국회의 발언 사이에 유사한 부분이 있어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퇴임을 앞둔 박 소장이 “재판관 공백이 더 진행되기 전 탄핵심판 결론이 나야 한다”고 발언한 것과 전날 한 방송에 출연한 국회 측 권성동 소추위원장이 “탄핵심판은 3월10일 전에 결론날 것”이라고 말한 사이에 ‘교감’이 의심된다는 취지다. 대통령 측은 심판정에서 “심판절차에 대한 의심이 들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중대결심’의 의미를 묻는 취재진에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중대한 결심이란 것이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대리인단 전원 사퇴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실행할 경우 재판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대통령 측은 “탄핵 결정이 이정미 재판관의 퇴임 시점인 3월13일에 맞춰져야 하는 법은 없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고 이 재판관의 퇴임 전 절차에 따라 후임을 임명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미 신청한 39명의 증인 중 10명만 채택된 것에 대해서도 “채택되지 않은 29명의 증인에 대해 조만간 다시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측은 대통령 측의 재판부 압박과 재판 일정 지연 행위를 성토했다. 권 위원장은 “헌재와 국회가 마치 내통한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면서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탄핵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을 압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측이 39명의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며 탄핵심판 지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도 모자라 탄핵심판의 공정성에도 흠을 내려 한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대통령 측은 본인들이 신청한 증인들이 제대로 출석하도록 노력하고, 정치 공세를 지양하라”고 촉구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전원 사퇴 시사는 사실상 탄핵심판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측의) 숨겨진 악마의 발톱이 살아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앞서 이날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한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소신 있는 직원들을 겨냥한 청와대의 ‘찍어내기’ 인사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수첩을 들여다보고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대통령이 과장급 인사까지 일일이 관여하는 것은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장관인 제게 맡겨달라’고 말했지만 대통령이 ‘인사조치하세요’라며 심하게 역정을 냈다”고도 했다.

그는 2014년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의 일괄 사표 제출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쓴소리’를 낼 것 같은 직원들을 사전에 걸러내려는 작업으로 해석했다. 유 전 장관은 “이들이 징계사유에 해당할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장관 및 상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 충실하게 근무했던 직원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위관료들이 일괄 사표를 내야 한다는 관행이 있었다면 공무원 사회가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건호·권지현·김민순 기자 macar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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