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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1987년의 박종철 열사와 2017년 시민들이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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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4 18:02:21 수정 : 2017-01-14 1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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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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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월14일. 서울대 인문대를 다니던 박종철 열사가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위치했던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숨을 거뒀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며 쓰러졌다”면서 그의 죽음을 쇼크사로 조작하고 은폐하려 했다. 이른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발단이었다. 박 열사가 쇼크사가 아닌 10시간에 걸친 고진 고문 끝에 숨졌다는 사실이 이후 언론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노력으로 밝혀지자 군사정권의 탄압에 숨죽이며 살던 시민들을 격분시켰다. 박 열사의 숭고한 죽음은 그해 6월 민주항쟁을 일으킨 밑거름이 됐고,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내며 우리 사회에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7년 1월14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12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렸다. 1987년의 박 열사와 ‘촛불민심’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2017년의 시민들이 3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만났다.

진보진영 시민사회는 촛불집회가 만들어 낸 '탄핵 정국' 한가운데서 남다른 감회와 함께 그의 30주기를 기렸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6월민주항쟁 30년 사업 추진위원회,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미완의 혁명, 촛불로 승리하자!’라는 제목으로 박 열사 30주기 추모대회를 열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박 열사의 친형인 박종부씨를 비롯해 6월 항쟁 당시 경찰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30년 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돼 이 나라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열었다”면서 “박 열사가 30년 만에 타오른 촛불혁명을 통해 되살아났다. 우리 시민들이 되살아난 박종철을 만나 함께 희망을 노래하고자 한다”고 행사 의미를 설명했다.

박종부씨는 “이제 나는 곧 종철이를 만날 것이다. 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마중갈 것”이라면서 “그걸 부둥켜안고 이야기하겠다. 고맙다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시는 쓰러지지 말자고.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부르짖었다.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듯 박종철·이한열 열사처럼 많은 분이 희생했기에 87년 6월 항쟁이 가능했다. 촛불 혁명이 완수되는 날까지 함께해야 두 열사도 자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이희승(51)씨는 “종철이형의 2년 후배다. 대학 재학 시절 ‘대학문화연구회’라는 써클에서 같이 학생운동을 했다. 나는 법대, 종철이형은 인문대로 서로 교류가 거의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을 통해 종철이형의 얘기를 많이 들었고, 매년 추모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힘들다. 그래도 촛불집회 현장에서 종철이형의 추모행사를 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학생 김혜린(19)씨는 “근처에 왔다가 친구와 집회에 참여하자고 결심해 오게 됐다. TV 속에서만 보다 직접 현장에 와보니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어 놀랍다. 박종철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만 접하다 직접 추모행사를 보니 더욱 마음이 아프다. 너무 춥지만, 집회에 끝까지 참여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30주기를 맞아 추모전시회도 마련됐다. 박 열사의 생전 사진과 당시 집회 모습, 물고문 현장, 당시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를 다룬 신문 보도 등이 전시돼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추모대회에 앞서 박종철기념사업회와 서울대 민주동문회, 서울대 총학생회는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탈바꿈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은 살아있다! -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제'를 개최했다. 또한 박 열사가 잠든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박 열사 유족, 기념사업회 관계자, 서울대 동문과 재학생 등이 참석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임수빈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물대포에 돌아가신 백남기 농민이,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304명의 별이, 구의역에서 생을 마감한 청년이, 다른 성별로 태어난 이유로 지하철 화장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성이 다시는 없는, 또 다른 박종철이 생기지 않는 나라를 후배들이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남정훈·안승진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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