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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미래다] 누구에게나 '청년'은 온다

입력 : 2017-01-11 21:10:22 수정 : 2017-01-11 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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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각층 명사 3인의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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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확대와 청년 실업률 감소.’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46명을 상대로 ‘새해에 가장 듣고 싶은 소식’을 설문 조사한 결과 1위(57.3%·복수 응답)에 오른 답변이다.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률 상승’은 근소한 차이로 2위(55.5%)를 차지했다. 그만큼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지난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지며 2030세대 사이에서는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신조어로 대표되는 좌절감과 허탈감이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섣부른 조언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는커녕 덧내는 일일 터. ‘청년이 미래다’를 마무리하면서 청년 시절 방황이나 실패, 좌절을 겪어 본 각계각층 명사 3명을 만나 청년들에게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이들은 세대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다르지만 메시지는 같았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을 하고 나만의 길을 찾아가라!”



◆박상영 펜싱 선수 “좋은 결과 얻으려면 지금 이 순간 집중을”

“할 수 있다.” 박상영(22) 선수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 결승전에서 이 말을 되뇌며 극적인 역전승의 드라마를 썼다. 그가 ‘긍정의 아이콘’이 된 이유다. 박 선수는 이 같은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에서 기회를 찾지만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찾는다.’ 올림픽이 끝난 뒤 그가 훈련 일지에 쓴 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박 선수의 “할 수 있다”가 지난해 최고의 유행어 중 하나였다.

“흔하디흔한 말인데 10-14란 절박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기적을 만들어 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할 수 있다’는 2015년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란 부상을 겪고 세계 랭킹이 몇 백 위로 떨어진 뒤 되뇌게 됐다.”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나 슬럼프에 빠진 적은 없는지.

“많았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 불안이 덮쳐 온다. 결국 불안은 미래를 생각하다 생기고 내가 바라는 결과를 얻으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좋은 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쉴 때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쉬고 운동할 때는 운동에만 집중하려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10개년 계획을 세웠다고 알려져 있는데.

“중학교 1학년 때다. ‘고등학교 3학년 최연소 국가대표 선발’, ‘대학교 1학년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적었다. 그때 세운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 같다(경남체고 3학년 때인 2013년 최연소 펜싱 국가대표가 됐고 이듬해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올해는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오는 7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그랜드슬램(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완전한 1위가 아니고, 도전자의 입장인 것 같다.”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힌 청년이 적지 않은데.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과정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환경을 이유로 처지를 비관하면 좋은 결과는 안 나오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내 장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자존감 수업’ 저자 윤홍균 원장 “청년들 자존감 저평가 상태… 긍정적 예감으로 버텨야”

서울 마포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운영하는 윤홍균(41) 원장은 ‘자존감 수업’ 저자로 유명하다. 책은 지난해 9월 출간된 뒤 20만부 넘게 팔렸다. 책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3년간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몇 번을 그만두려고도 했다.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윤 원장은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버티기’를 당부했다.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인생이 잘 풀리는 날이 온다는 것

-청년 시절 위기가 있었는지.

“의대에 재수해 갔다. 원래 의사보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학교 다니기가 싫어졌다. 본과 1학년 2학기에 낙제해 유급이 됐다. 피시방을 드나들며 게임에 빠졌다. 피시방에 한 번 가면 돈과 체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 게임을 했다. 그렇게 몇 달간 지내다 보니 허깨비가 보이더라. 스타크래프트 화면이 보이고 소리도 들리고. 다행인 건 부모님이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는 점이다. 형과 비교하며 야단쳤으면 복학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당시 방황을 후회하지 않는지.

“후회하진 않는다. 몸이 다치지 않을 정도의 방황은 괜찮다. 게임 중독에 빠져 봤기에 중독자의 마음이나 생활을 잘 안다. 나를 찾는 사람들과 말도 잘 통한다. 다만 내가 외롭고 불행하다는 자기 연민에 술, 담배에 빠져 건강을 해친 게 후회된다.”

-자존감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우리 청년들의 자존감 수준은.

“자존감은 주관적인 자기평가다. 자존감이 낮으면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 우리 청년들의 자존감이 나쁘진 않다. 다들 욕심이 있다. 다만 자기 자신을 좀 높게 평가해도 되는데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 의사를 처음 할 때만 해도 부모나 친구에게 받은 상처, 콤플렉스 문제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은 돈 문제로 온다. 자영업자들이 사업이 안 돼 잠이 안 온다며 오고, 청년들은 학자금을 도박 등에 탕진해 자책하며 오고….”

-청년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려면, 혹은 잃지 않으려면.

“‘난 괜찮은 사람’, ‘나만 문제 있는 게 아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롤모델을 잡고 그 사람이 간 길을 흉내 내며 그를 닮아 가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 돈을 어떻게 모아 성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롤모델이 없는 게 문제다. 정부는 예산의 일정량을 청년에게 투자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끝까지 버티며 기다렸으면 좋겠다. ‘자존감 수업’이 맨 처음 광화문 교보문고에 10권 나갔다. 매대에 진열도 안 됐다. 여러분 인생도 언제 터질지 모른다. 버틴다는 말은 자책이나 자해를 하지 않고 긍정적인 예감을 선택하란 의미다. 나쁜 일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려 하지 말고, 담배·술 등에 중독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긍정적인 결과는 선택하기 힘들지만 긍정적인 예감은 선택할 수 있다. 20대는 힘들지만 30대에 잘되겠지 같은 생각 말이다.”


◆푸르메재단 강지원 이사장 “‘마이 웨이’, 적성 찾기는 평생 과업”

경기중·고 졸업, 서울대 졸업, 행정고시 합격, 사법고시 수석 합격. 푸르메재단 강지원(68) 이사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검사가 됐다.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나.’ 이내 회의감이 들었다. 행복하지 않았다. 강 이사장은 남들이 선망하는 자신의 경력을 후회한다.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 그가 적성 찾기를 역설하며 청소년 문제에 천착해 온 이유다. 강 이사장은 청년들에게도 나만의 길, ‘마이 웨이’를 찾으라고 말한다.

-청년들이 현재 맞닥뜨린 어려움은.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N포세대’다. 이 같은 문제는 ‘쏠림 현상’에서 기인한다. 대기업과 대학 진학 쏠림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9988 경제 구조다.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체 수와 근로자 수의 각각 99%, 88%를 차지한다. 대기업이 성장해도 고용 시장이 늘어날 수 없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정책도 대기업 중심 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학 진학 쏠림은 망국병이다. 이 두 문제로 구인 기업과 청년 구직자 간 일자리 미스매치가 나타난다.”

-탄탄대로만 걸었을 것 같은데.

“청년 시절, 공부 좀 하면 무조건 공부해 출세하란 풍조가 지배적이었다. 그게 정답인 줄 알고 달달 외우며 공부했고, 검사가 되고 나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루 종일 범죄자들과 씨름해야 했는데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다 비행 청소년을 담당하게 됐다. 청소년들이 왜 일탈하는지 연구하다 심리학·정신 분석학 책 등을 보며 나 자신에 대해 눈을 떴다.”

-청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적성을 모르겠다고 하는 젊은 친구들이 태반이다. 가슴 아프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세상이 변하길 기다리거나 해야 할 일을 늦춰서는 안 된다. 적성 찾기는 평생의 과제다. 돈이나 명성에 구애받지 말고 나를 탐색해 적성을 찾아야 한다. 세상이 뜻하는 대로 변하지 않는다 해도 내 앞길은 내가 개척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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