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PI는 국제환경 분야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환경지수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노력, 재생에너지 개발 등을 종합 평가해 점수로 매겨진다. 한국은 노무현정부 시절 국가 순위에서 48∼51위의 하위권에 맴돌다 이명박정부에서 한때 중위권 진입에 성공했으나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꼴찌권으로 추락했다. CCPI 보고서도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10위권에 드는 국가인데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혹평했다.
낙제점 성적표는 우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이 뒷걸음질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에너지 신산업 확대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비준이다. 우리나라는 이 협약의 서명을 미루다 지난해 11월 발효 하루 전에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서 허겁지겁 처리했을 정도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기후변화 정책은 이명박정부에서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강도 높게 추진됐다. 유엔 산하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등을 국내에 유치할 정도로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자취를 감췄다. 전문가들은 “전임 정부 정책을 뒤집는 식이 되면 국가의 대외 신뢰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선제적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려면 기업 비용이 늘어나는 등 경제적 부담이 뒤따르게 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경제 대국을 넘보는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서 무책임한 국가로 비쳐져선 곤란하다. 이제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도 적극 동참해야 함은 물론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맞춰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시하고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국격이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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