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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일 석학에게 듣는다]“미 트럼프 정부, 한·미동맹 기조 크게 흔들지 않을 것”

입력 : 2017-01-01 17:27:15 수정 : 2017-01-01 17: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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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국기업연구소 에버스탯 선임연구원
오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공식 출범한다.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국에서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우려도 팽배하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당선자가 내건 ‘미국 우선주의’가 주요 경제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재편을 선언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기 집권 5년이 마무리되는 해다. 1인 권력자로 우뚝 선 시 주석과 ‘강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강대강(强對强) 대결구도가 점쳐진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굳건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정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라 안팎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내부적으로는 폭발력이 큰 일왕의 ‘생전 퇴위’와 ‘헌법 개정’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세계 정치, 경제 지형을 전망하는 석학 인터뷰를 5회에 걸쳐 게재한다.

자유무역과 동맹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탯 선임연구원은 세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차기 트럼프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기존 정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수 성향의 에버스탯 연구원은 트럼프 체제 출범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 기조는 더 굳건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대응을 유지하겠지만 여건이 마련되면 대북 대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의 정치적 혼란과 북핵 위협으로 가중된 한반도의 불확실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사회는 공직 경험이 전무한 미국 대통령을 맞게 됐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트럼프 당선자와 차기 트럼프정부를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이해가 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몇몇 정책 분야에서 나름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그의 발언은 상호 모순되는 대목도 있다. 하지만 ‘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정치권의 금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은 대통령의 개인 역량보다는 시스템에 따라 집행되는 게 순리다.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의 인사 발표를 예의 주시하며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등 안보 관련 인선에 일부 우려가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관련 지식이 풍부한 후보들이다.”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 방향 등을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사례로 들면서 잘못된 통상 협정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다.

“개인적으로도 트럼프정부의 통상정책이 가장 걱정된다. 미국의 국내 경제정책은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무역부문에 대한 우려는 크다. 자유무역은 세계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되는데, 현재 트럼프 당선자가 내놓는 통상 발언은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트럼프정부가 자유무역에 대한 신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인수위가 트럼프정부의 정책 토대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외정책 기조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을 펴온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가 후보 시절부터 내놓았던 발언 중 주목되는 게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관련 언급이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부담해야 된다는 얘기도 했지만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라는 말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에 나섰다. 동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미 의회에 포진한 지한파 의원들이 트럼프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집행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의 대북 인식은 명확하지 않다.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북한이 트럼프정부의 의도를 오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건 사실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는 대북 유화 메시지를 던졌다. 북핵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강한 기조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나가되 계기가 마련되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트럼프의 북한 언급은 선거용으로 봐야 한다.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악화된 미국인의 대북 정서를 선거 국면에서 활용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반응이 중요하다. 정보 당국이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면 트럼프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해질 수 있다.”

-당신은 한때 북한의 붕괴를 예측했지만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까지 내 예측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내가 북한의 붕괴를 예측한 시점은 1990년대다. 노동집약산업 중심의 폐쇄경제 체제인 북한이 기아 등의 문제로 오래 버틸 수 없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건재하지는 않다. 동유럽과 소련처럼 북한의 붕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닥칠 수 있다. 붕괴에 대비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정부의 긴밀한 공조가 가장 중요하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변화를 예상하며 준비해야 한다. 올해 새로 출범하는 한국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에버스탯 연구원은 1998년 저서 ‘북한의 종말’에서 북한의 붕괴를 예측했다. 이후 노무현정부 시절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군사적 대응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주장에 당시 한국 정부는 무책임한 제안이라며 비판했다.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는 사태 등으로 외교·안보분야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한국의 불확실한 정치상황이 미국의 대외관계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맞다. 이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지속질지도 알 수 없다. 한·미관계가 트럼프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양국의 오랜 동맹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양국 관계에는 정상들의 개인적 성향과 인연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차원에서 트럼프 당선자를 비롯한 차기 정부 인사들은 한국의 정치 변동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볼 것이다.”

-한반도와 대만 이슈가 부각되면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트럼프 대통령직 인수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유엔이 중국의 북한산 석탄 수입량을 제한하는 조항을 새로운 유엔 결의안에 포함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북핵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북핵 해결은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 중국이 이런 인식을 갖게 되면 대북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강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트럼프정부가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자가 포퓰리스트 행보를 걸어온 것은 사실이다. 포퓰리즘이 미국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 사회는 꾸준히 포퓰리즘 기류가 강해졌다.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부의 편중, 중산층의 몰락, 노동시장의 질적 저하 등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 부가 편중될수록 경제의 건전성이 무너진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 포퓰리즘이 생겨난다. 불평등은 포퓰리즘을 낳는 비옥한 토양이다. 지금 상황은 산업화로 기업인은 부유해졌지만 노동자의 삶은 힘들어졌던 1800년대 당시와 유사하다. 오바마정부에서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하는데 통계에 오류가 있다. 직장을 구하려는 적극적 구인층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서는 실업률이 낮아졌지만 전체 인구 대비 실업률은 상승했다. 포퓰리즘은 특정 정치인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패한 경제 현실에서 생겨난다는 말이다.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 포퓰리즘의 토대도 그만큼 약해질 것이다.”

-오바마 시대에 백악관과 야당(공화당)은 시종일관 갈등했다. 그 과정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한국에서 목격되는 여야 갈등 수준 정도는 아니지만 미국 의회도 공화, 민주당의 갈등 관계가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양당이 타협의 정치를 펼쳐 나가려면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쪽(공화당)이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여론도 정책 집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은 워싱턴의 민주당 지도부보다 자유무역을 더 선호한다. 워싱턴 정치권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협력 구도가 작동되려면 유권자들이 워싱턴 정치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에버스탯 선임연구원은
●뉴욕에서 출생(1955년) ●하버드대 졸업 ●런던정경대학원 졸업 ●하버드대 행정학 석·박사 취득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아시아정책연구소(NBR) 수석 고문 ●‘북한의 종말’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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