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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환경파괴 야기한 과학자… 사회·도덕적 책임에 대한 물음

입력 : 2016-12-31 03:00:00 수정 : 2016-12-30 20: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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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무어 지음/김명진 등 옮김/이매진/2만3000원
과학을 뒤흔들다/켈리 무어 지음/김명진 등 옮김/이매진/2만3000원


과학의 발전은 무기의 발전이었다. 레이더, 원자 폭탄, 페니실린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과학자들은 돈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았다. 과학이 군사 국가뿐 아니라 자본의 이해관계에 종속되면서, 과학과 군대의 관계를 끊고 절멸의 위기에 맞서려는 과학자들이 ‘전쟁’을 시작한다. 무기 개발, 환경 파괴에 기여한 과학자는 어떤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까, 과학과 국가, 대중, 윤리의 관계를 아우르는 질문들이 제기됐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저자는 2차 대전 뒤 30여 년 동안 활발히 펼쳐진 과학자들의 사회운동을 미국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특히 도덕적 개인주의, 자유주의, 급진주의라는 세 가지 흐름을 각각 대표한 세 단체 ‘과학의사회적책임협회’, ‘시민핵정보위원회’, ‘민중을위한과학’이 생겨나 활동을 펼치다 쇠퇴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다룬다.

과학의사회적책임협회는 평화주의 운동이 발흥하고 과학자들에 대한 감시와 정치적 통제가 증가하는 상황 아래 1949년에 만들어진 도덕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단체였다. 핵무기 폐지 운동과 정치적 억압의 완화라는 맥락에서 1958년에 창설된 시민핵정보위원회는 중요성을 가진다. 베트남전쟁은 과학자들이 군대 관련 쟁점에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배경이 됐다.

현대 과학사를 개괄한 책은 한국 사회에도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의 과학자 운동에는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지식인 과학자, 대항 전문가, 전투적 사회운동가로 각각 대표되는 과학자 모델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자들의 권위가 추락하지만 과학 지식의 권위는 오히려 상승하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국가, 사회운동, 전문직 종사자, 일반 대중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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