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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동시집 51번째 책, 계절의 정취 섬세하게 노래

입력 : 2016-12-31 03:00:00 수정 : 2016-12-30 20: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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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국 글/배중열 그림/문학동네/1만500원
구멍집/조성국 글/배중열 그림/문학동네/1만500원


순서대로 영글고 또 사위어 가는 시간을 담은 동시집이다.

“갑자기/ 방앗간 양철 지붕 위로 후다닥” 빗줄기가 내닫는 한여름이 가면(‘소낙비’), 은행나무 밑둥치에 “노란 엽서 수백 통”(‘바람 우체부’)을 쏟아 놓는 가을이 성큼 온다. 벼 포기들이 “노랗게 익은 황금빛 고개를/ 가만히” 수그릴라 치면 어느새 바람이 맵고, 연못은 “딴딴한 / 뚜껑을” 꽁꽁 내 닫는다(‘얼음 뚜껑’). 그리고 봄은 문득 다가온다.

“엊저녁 한꺼번에/ 동네 개 짖는 소리 시끄러워서/ 누구 오나, 궁금했더니// 다음 날/ 마당가 매화나무에 꽃망울이/ 아장아장 맺혀”(‘봄 손님’)

너른 시야로 땅과 나무와 짐승,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하나하나 짚어 가기도 한다. 흰둥이와 아이가 나란히 먼 데 일갓집에 심부름을 가는 풍경, 상수리나무가 지난날 만났던 다람쥐 어깨를 툭툭 치며 반가워하는 장면, 큰 눈 얹혀 팽팽해진 겨울 대밭의 모습 등이 풍부한 계절의 정취를 바탕으로 맞물려 흘러간다.

시인은 또 한곳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본 어딘가를 묘사한다. 마당가에서 한없이 비 맞는 개 밥그릇, 여우비 그치고 지렁이가 그어 놓은 밑줄, 하필이면 내 바짓가랑이에 달라붙어서 버려지는 도깨비풀 등 시인의 눈길을 붙드는 건 대개 남들이 쉬이 지나치는 작은 것들이다.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의 51번째 책이다. 시인은 1990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장대비’ 외 6편을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집 ‘슬그머니’, ‘둥근 진동’을 출간했고, 이번에 첫 동시집을 내놨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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