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산지 한우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소비자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도매가격이 내렸는데도 복잡한 유통과정에서 형성된 소매가격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복잡한 유통 구조를 개선, 소고기 값에 낀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한우 산지 가격(600㎏ 기준)은 암수 모두 552만2000원으로, 사상 최고가격을 찍은 지난 7월 암소 599만6000원과 수소 571만5000원에 비해 각각 7.9%, 3.4% 떨어졌다.
생후 6∼7개월 된 송아지 값도 암송아지 256만7000원, 수송아지 315만6000원으로 4개월 전 322만5000원과 401만8000원에 비해 8.9%와 4.2% 값이 내렸다.
지난달 한우 지육(뼈와 지방이 붙어 있는 고기덩어리) 1㎏의 평균 도매가격 역시 1만6696원으로, 2개월 전 1만9436원보다 14.1% 내려 앉았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음식점 소비가 20%가량 줄었고,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둔화가 겹쳐 산지 소 값이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산지 한우 가격 큰 폭으로 내렸지만, 소비자 가격은 소폭 내리는 데 그쳐
그러나 소비자 가격은 소폭 내리는 데 그쳤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가 집계한 지난 7일 한우 등심 1등급(1㎏) 평균 가격은 7만8313원으로, 지난달 7만9469원보다 1.5%, 두 달 전 7만9803원에 비해 1.9% 내린 게 전부다.
소고기 도·소매 가격의 연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보통 소고기가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과정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축산농가-도축장-중도매인(경매)-가공업체-정육점(소매점)을 거치는 구조다.
이처럼 다단계를 거치다 보니 어찌보면 당연히 '유통 거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지난해 축산물 유통실태 조사보고서에서 소고기 유통 비용율이 41.5%에 달한다고 밝힌바 있다.
즉, 소비자가 낸 소고기 값 1만원 중 4150원이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에서 '덤'으로 얹혀진 비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소고기 값이 오를 때는 조금 이익을 보고, 떨어질 때는 큰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한우를 사육하는 농민 A(56)씨는 "소 값이 오를 때는 소비자 가격이 금세 산지·도매가격을 따라붙어 상승분을 빼앗아가지만, 하락할 땐 산지 가격에 고스란히 하락분을 떠넘긴다"며 "지금의 유통구조에서는 농민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소고기 유통 비용율 41.5% 육박…유통 거품 걷어내야
전문가들은 한우가 적정가격을 유지하고 수입 소고기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유통 거품을 걷어내는 게 시급하다고 말한다.
이에 정부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유통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생산-도축-가공-판매를 총괄하는 통합 경영체인 '축산물 패커' 시스템 구축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오는 2020년까지 유통브랜드 안심축산의 산지계열 농장을 200곳으로 늘리고, 공판장 중심의 안심축산 기능을 가공·유통으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괄 관리하는 체계가 구축되면 현재의 복잡한 유통단계를 절반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농협 계통 정육식당을 600곳으로 늘리는 등 직영판매장을 확대하고, 축산물 온라인 가격비교 시스템도 만들어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거세하지 않은 한우 시장에 내놓는다고? 글쎄"
이와 함께 거세하지 않은 한우를 시장에 공급해 다양해진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는 것도 한우 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거세 한우는 고급육 생산이 가능한 반면, 성장이 더뎌 사육비가 많이 드는 게 흠이다.
육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거세하지 않은 수소를 5∼6개월 앞당겨 시장에 내놓을 경우 수급 조절 및 가격 안정이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거세하지 않은 한우가 수입 소고기와의 경쟁에서 유리할지는 모르나, 자칫 잘못하면 한우의 '고급육 이미지'를 훼손하고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차등 범칙금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1/128/20251221508559.jpg
)
![[특파원리포트] 올해의 한자, 올해의 사자성어](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1/128/20251221508563.jpg
)
![[이삼식칼럼] 쌍둥이 출생, 기쁨도 두 배 어려움도 두 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1/128/20251221508536.jpg
)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필리버스터’ 수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21/128/20251221508546.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