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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심장이란? 장기·생명·마음 …

입력 : 2016-12-24 03:00:00 수정 : 2016-12-23 20: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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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예술계 전문가들 심장의 의미 정리 / 역사 속 심장은 ‘장기 이상의 어떤 것’ 진화 / 예술적으로도 접근 ‘소통과 순환’ 끌어내
B-MADE 지음/바다출판사/2만원
마음의 장기 심장/B-MADE 지음/바다출판사/2만원


죽음은 곧 심장의 정지로 이해된다. 따라서 생명은 곧잘 심장으로 상징된다.

1만5000년 전 스페인의 엔 핀달 동굴에 그려진 매머드 벽화에는 이런 인식이 투영되어 있다. 굵은 선으로 매머드의 형태만 잡은 그림 가운데 몸속 장기로는 유일하게 심장을 표현했다.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주술적인 의미로 읽힌다.

비슷한 시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프랑스의 니오 동굴 들소 벽화에는 심장이 있는 위치가 화살로 표현되어 있다. “오랜 기간 수렵 경험을 축적한 후기구석기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심장이 뛰느냐 멈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장의 중요성은 그것을 생물학적인 장기 이상의 무언가로 인식하게 했다.

심장과 정의의 여신 마아트의 깃털을 함께 저울에 올려 평형을 이루어야 내세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집트인들의 믿음에는 심장을 생물학적 장기로만 여기지 않은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바다출판사 제공
서기전 1300년경 작성된 이집트 ‘사자(死者)의 서(書)’에는 심장과 깃털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영혼과 지성이 담긴 심장과 정의의 여신 마아트의 상징인 깃털을 올려놓은 저울이 기울지 않고 평형을 이루어야 영혼이 내세로 갈 수 있다는 게 이집트인의 믿음이었다.

심장이 갖는 복합적인 의미를 생리학자들과 시각예술 전문가 8명이 모여 정리한 책이다. 각자의 전공을 기본으로 심장을 소개하는 동시에 타인의 분야에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해 색다른 시각으로 심장을 분석한다. 책은 “역사 속의 심장은 물리적 심장이 아니라 심장에 대한 생각 뒤에 놓여 있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서양에서 합리적 세계관의 출현은 서기전 460∼370년경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의 출현을 예고했다. 그는 심장을 두 개의 심실로 구성된 구조로 보았고 심장판막도 발견했다. 알렉산드리아의 헤로필로스, 로마의 갈레노스, 중세 유럽의 교부들로 이어지며 과학적인 접근이 진전됐다.

하지만 과학적, 의학적 논쟁과 별도로 심장은 여전히 문화적, 예술적 측면에서 ‘마음의 장기’로 남아 있었다. 단테와 페트라르카는 “심장이 특별한 시간 속에서 감정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로서 문학적 표현들”을 만들어냈다. 신학적 관점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신이나 초월적인 존재의 집’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심장은 “마치 지성적인 속성을 지닌 장소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회화를 과학이라고 여겼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피부, 근육, 뼈, 혈관과 심장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이고 통합된 지식의 대상으로 신체의 각 부분을 유기적으로 검토했던 인물이다. 다 빈치는 심장을 직접 관찰하고 정확하게 묘사했다. 그리고 세계에 대한 관찰 속에서 얻은 원리를 적용시키고 신체의 각 부분에 적용했다. 이런 점에서 다빈치의 심장 연구는 단순히 대상에 대한 설명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신체 장기와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완성되어 갔다.

심장에 대한 여러 갈래의 연구, 혹은 그것을 소재로 한 예술적인 접근은 현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의 노벨상 수상자가 심혈관 연구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은 현대의학에서 심장이 가지는 의미를 보여준다. 다른 한편 심장의 작동원리를 현대예술에 적용하는 사례도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 중 한 명인 미디어아트 예술가 이현진 연세대 교수는 심장의학과 미디어아트라는, 도저히 공통점을 찾아볼 길 없는 이질적인 두 분야의 접목을 시도한다. 이 교수는 감상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에 심장 박동원리를 대입한다. 카메라와 스크린 사이에서 움직이는 전자적 신호로 감상과 피드백이 가능해지는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와 전기신호로 수축, 이완하는 심장박동의 원리를 비교하는 것이다. “심장의 이러한 시스템과 구조는…카메라와 스크린 사이에 즉각적 피드백을 만들어내는 비디오설치에서의 전자적 피드백 룹을 떠올리게 한다”고 적었다.

이 교수는 또 심장을 중심으로 한 닫힌 회로와 땀, 소변, 모세혈관 등 일부의 선택적 개방이 우리 몸의 조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인터렉티브 컴퓨팅 시스템도 이런 선택적 개방순환을 할 수 없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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