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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군 사령관 카스트로, 가톨릭 사제와의 대화… 종교와 정치·삶을 논하다

입력 : 2016-12-24 03:00:00 수정 : 2016-12-23 2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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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 루즈 지음/조세종 옮김/살림터/2만1000원
카스트로, 종교를 말하다/피델 카스트로 루즈 지음/조세종 옮김/살림터/2만1000원


쿠바 혁명군 사령관 시절의 피델 카스트로와 가톨릭 사제와의 대담집이다. 1985년 5월, 쿠바의 수도 아바나 혁명궁전에 있는 카스트로의 집무실에서 두 사람은 네 번 인터뷰했다. 삶과 신앙, 종교와 정치등 당시대의 이슈들이 망라되어 고담준론을 이어갔다.

“그리스도인과 마르크스주의자 사이의 대화는 종교뿐만 아니라 해방의 실천, 정의의 요구, 공동체적 삶을 위한 이타적인 봉사의 차원에서 열려야 합니다.”(신부)

“그날 일한 누구에게라도 한 데나리온을 지급하는 것은 전형적인 공산주의 공식대로 필요에 더 합당한 분배를 의미합니다.”(카스트로)

“가난한 이와 소원해진 사람은 그리스도와 소원해진 사람이라고 이전에 당신이 말했습니다.”(신부)

“일찍이 당신은 ‘가난한 이를 배신하는 자는 그리스도를 배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너의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연대를 실천한다는 의미입니다.”(카스트로)

가톨릭 신부는 “종교가 아편입니까?”라고 묻자 카스트로는 “특정한 역사적 조건에서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종교는 그 자체로 아편이나 기적의 치료제가 아니다”고 했다. “쿠바에 민주주의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카스트로는 “우리 (사회주의)체제가 훨씬 더 공정하고 훨씬 더 민주주의적이라고 믿는다”라고 답했다.

이 정도이면 누가 가톨릭 사제인지 헷갈린다. 카스트로의 해박한 종교관은 폭이 넓다.

“나는 그리스도가 위대한 혁명가라고 믿는다. 그의 전체 교리는 보잘것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에 대한 헌신이다. 그의 교리는 인간에 대한 학대, 불의, 비하에 대항하는 투쟁에 헌신하는 것이다. 나는 그리스도 가르침의 정신과 사회주의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본다.”

이 책이 출간된 직후 쿠바 정부는 헌법을 수정했고, 정당의 법규를 고쳐 공산당을 대중 정당으로 만들었다. 그에 따라 종교적 신념을 고백하는 사람들에게도 종교 자유의 문이 열렸다.

대담을 진행한 브라질 출신 신부는 “이 대담집은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같은 것을 추구하는 모든 무신론자와 공산주의자를 위해서도 참고가 될 것”이라면서 “좌파들의 선입견과 그리스도인들의 두려움을 일소했다”고 풀이했다. 책에는 세기의 혁명가인 카스트로의 역사 인식, 정치에 대한 정의, 리더십 등에 대한 혜안이 담겨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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