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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이환의가 쓰는 농부 이반의 초록일기] 자급용 논농사엔 경운기 필수… 초보는 중고로 들여라

입력 : 2016-12-16 20:34:22 수정 : 2016-12-16 20:3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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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농기계, 꼭 사아하나? 농사와 농기계,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이 둘의 관계다. 손바닥만 한 텃밭 농사가 아닌 다음에야 일정 규모 이상의 농사를 지으려면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농기계의 도움을 받기 마련이다.

귀촌보다는 귀농에 가깝고, 남의 손을 빌리기보다는 가족 노동력으로 짓기를 원하며, 한두 가지 품목을 집중적으로 짓는 단작 대신 소량 다품종으로 짓는 농가일 경우 경작 면적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적당한 농기계를 보유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실제 농사를 지으면 체감하겠지만 뭐든 온전히 남에게 의지하면 내뜻대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기계 조작에 재능이 없다거나 무서워한다면 예외다. 그런 이들은 속편하게 영업하는 이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 


경운기로 논을 가는 광경.
#적은 면적은 영업하는 이들에겐 귀찮은 존재

자, 이제 첫농사로 감자를 심는다고 해보자. 감자 한 박스로 대략 50평을 심을 수 있으니 첫해에 무리하지 않고 두 박스를 심는다고 하면 100평에 로터리(쇄토) 작업을 해야 한다. 거름을 넣고 한 차례 로터리를 친 뒤에 2차로 감자 심을 두둑을 만드는 데 우리 지역 기준으로 평당 250원이 든다. 그런데 기계 보유자 입장에서 가까운 이웃이라면 모를까 100평쯤 로터리 작업한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농기계 작업도 이른바 규모의 경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바 저렇게 자투리 작업은 돈도 되지 않고 귀찮기만 하다. 그래서 따로 기본료라는 걸 받는데 대략 4만원선이다.

그래서 맡기는 농민들도 당장 작물을 심지 않더라도 일정 면적을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자 다음에 심을 터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문제는 작물이 바로 들어가지 않을 경우 예외없이 풀이 주인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다. 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나면 당연히 다시 로터리 작업을 맡기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호미를 댈 수밖에 없다. 시골 어르신들이야 평생을 풀매기 선수로 살아오셨지만 작물이 없는 빈 밭을 매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때 만능 해결사인 관리기라도 있으면 매우 수월하다. 둥근 두둑일 경우 관리기에 성형기를 달고 두둑 폭만큼 조절해서 밀고 나가면 풀도 깨끗이 잡고 비를 맞아 딱딱해진 흙도 다시 부드러워진다. 하릴없이 종일 호미질을 하다가 관리기를 다뤄보면 아마도 신천지가 따로 없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앞서 예를 든 것은 트랙터와 관리기의 조합이다. 즉 이웃이나 영업하는 이들의 트랙터를 염두에 두고 보유 부담이 훨씬 적은 관리기를 조합하여 부담을 더는 방법이다. 작업의 안정성과 효율은 경운기가 훨씬 낫지만 면적이 적을 때는 로터리 탈부착의 어려움이나 간편함을 생각할 때 관리기가 딱이다. 


필자의 농장에서 진행한 농기계 실습 풍경.
#귀농 초 자립적인 논농사에는 경운기가 필수

하지만 농기계를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하고자 하는 사람은 경운기가 있어야 한다. 관리기에도 전용 트레일러를 부착하여 농작물이나 퇴비 따위를 옮길 수 있지만 경운기에 비하면 힘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면세 휘발유가 공급되지만 배정량 이상을 사용할 경우 연료비 부담도 경운기보다 큰 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농민들은 기본 운송 수단으로 관리기 대신 경운기를 쓰며, 관리기는 두둑 만들기, 비닐 피복, 골타기 등에 주로 이용한다.

특히 자급 위주의 소규모 논농사에는 경운기가 필수다. 소를 대신해 논을 갈거나 논로터리 작업에는 관리기가 경운기를 따라가기 어렵다. 글쓴이도 귀농 5년차까지 경운기만을 사용해 수천평 벼농사를 문제없이 지었다. 다만 탈부착의 어려움 때문에 트레일러 없는 경운기 하나를 더 구해 아예 로터리를 붙여 필요할 때마다 바로 사용했다. 어느 해인가는 경운기로 무논에서 로터리를 네 번이나 친 적도 있다. 트랙터를 가진 이도 그렇게는 안 하지만 풀관리가 안 된 논을 사게 되어 큰 고생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트랙터 구입의 전 단계, 경운기와 관리기 조합

경운기로 로터리 작업을 하고 관리기로 두둑과 고랑을 만들면 한 가지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물론 경운기에 배토기와 성형기를 부착하여 밭을 디자인할 수 있지만 농부들이 두 가지 농기계를 다 보유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아무래도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다. 글쓴이도 농토가 7000여평에 이르기까지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왔는데 가족 노동력으로 유기농을 하다보니 무리가 되어 6년차에 43마력짜리 중고 트랙터를 마련했다.

이처럼 농기계 구입은 농가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조합을 달리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예를 들어 300평 안팎의 밭이라면 관리기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밭이 1000평이 넘어가고 논까지 지어야 한다면 경운기를 함께 갖추는 것이 편하다. 경작 면적이 5000평을 넘어서면 43마력대의 중소형 트랙터를 권할 만하다. 귀농 창업자금이나 농업종합자금으로 새 트랙터를 구입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부담이 큰 만큼 초기에는 중고 농기계로 시작하는 것이 무리가 없다.


농기계를 조작하는 귀농 후배. 트랙터는 현대판 철우(鐵牛)로 불린다.
#내게 맞는 중고 농기계를 장만하려면

중고 농기계 구입은 지역 내 개인 간 직거래와 가까운 농기계 수리 센터 중개 구매, 인터넷 등 다양한 채널이 있고 각기 장단점이 있다. 트랙터나 콤바인 등의 대형 농기계는 자동차 구입처럼 신중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농기계의 이력을 알 수 있는 지역 내 개인 거래나 농기계 센터를 통한 거래를 추천하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때로 농기계 수리 센터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 복덕방 역할도 하고 있으니, 원거리 인터넷 구매에 자신이 없는 경우는 미리 수리센터에 의뢰하면 적당한 매물이 나왔을 때 성사율이 높아진다.

지역 내 적당한 매물이 없다면 인터넷 거래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인 거래 사이트로는 아그리즈, 매바위, 중고나라, 농민신문 등이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와 같이 농기계 동호회 활동을 통해 회원 간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눈여겨볼 지자체의 농기계 지원정책

지자체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시군은 매년 관리기, 동력살분무기, 경운기용 광폭로터리 등 소형농기계의 구입비 일부를 지원해왔다. 우리 지역은 관리기의 경우 대당 80만원을 보조하여 나머지는 농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본기와 제일 많이 쓰는 로터리와 두둑 성형기 두 가지만 더해도 300만원에 육박하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게다가 경운기도 트레일러와 쟁기, 로터리를 합치면 600만원대이고 여기에 기본 농기구와 농자재, 예취기를 더하면 거의 1000여만원에 이른다. 귀농 초에 농기계 자립이 힘든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여튼 새내기 때는 대농이 아닌 이상 고가의 새 농기계 구입은 자제하고 중고나 소형 농기계로 시작해 적어도 3년 이상 경험을 쌓은 뒤 마력수를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일본처럼 농가마다 보관 창고를 마련하여 눈비에 취약한 농기계를 보호해야 한다. 농기계는 자동차와는 달리 작동 부위가 노출되어 부식의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 또한 도마다 설치된 농업기술원의 기계화 영농사 양성과정을 이수하면 농기계 정비 기술 습득은 물론 수료 시에 수십만원 상당의 공구류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마늘이나 감자수확기 같이 농가에 꼭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쓰임새가 적은 농기계는 전국 각지의 농업기술센터에서 최소한의 수수료로 임대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한다. 이앙기와 콤바인 등 특정한 시기에 수요가 몰리는 기종은 서너 농가가 공동 구매로 부담을 줄이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자동차만큼 비싼 농기계, 필요하다고 종류별로 다 살 순 없지 않은가. 보물과 애물 사이의 절묘한 선택 지점…. 아는 만큼 보이는 건 농기계도 마찬가지다.

홍성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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