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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의 '주식 사랑방'

입력 : 2016-12-11 20:37:44 수정 : 2016-12-11 21: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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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객장 전광판 역사 속으로 / 1979년 대신증권 도입… 23일 철거 / 20∼30명 노인들 사회 전반 토론 / “정보 나눌 공간 생겼으면” 아쉬움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시세 파악은 물론이고 주식 거래까지 가능해진 시대. 퇴물 취급을 받고 있는 ‘객장 전광판’은 정말 무용지물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대신증권 본사 객장에 들렀다. 전광판 앞 소파는 20~30명의 노인들로 오후 내내 북적였다. 이들 나이 지긋한 개인투자자들은 종목 전망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 외교를 총망라한 사회 현안에 대한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했다. 때마침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는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상황이라 정국을 걱정하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코앞으로 다가온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정책에 대한 우려 등 심도 있는 대화까지 오갔다.

이들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객장 전광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고, 여기저기서 “올랐다” “떨어졌다” 등 탄식이 이어졌다. 상대에게 매수와 매도를 권유하는 조언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열기로 치자면 젊은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방불케 했다. 아직 정보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 전광판이 설치된 객장은 인터넷 커뮤니티 부럽지 않은 정다운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다. 대신증권이 오는 23일 본사를 명동으로 옮기면서 1979년 증권업계 최초로 도입된 이 디지털 전광판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노년 투자자들은 모두 씁쓸해했다.

객장 방문 15년차라는 이모(75)씨는 “이곳에 오면 새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사회 돌아가는 사정에 대한 유익한 정보도 나누게 돼 경로당에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볼 때보다 수준 높은 대화를 하게 된다”며 객장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주식 투자로 돈을 잃을 때도 많다는 이씨는 “머리를 써 주가 흐름을 예상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삶의 큰 낙이다”고 말했다. 장 마감 후에는 객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친구들과 커피 한잔씩 나누는 것도 쏠쏠한 재미라고 한다. 공무원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모(69)씨는 “앞으로 객장 전광판이 사라지면 갈 데가 딱히 없다”며 “오프라인 ‘주식카페’가 생겨 차를 마시면서 투자정보를 나누고, 투자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김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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