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념 대결 치닫는 국정 역사교과서

입력 : 2016-12-08 19:27:14 수정 : 2016-12-08 22:22: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부 명확한 입장 없어 교육 현장 혼란 우려 / 역사학계 원로들 “폐기 촉구” 회견 / 1187개교 교사도 “불복종 운동” / 뉴라이트 주축 한국현대사학회 / “기존 교과서 편향성 극복 평가”
정부가 추진 중인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쟁이 이념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교육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 교육부가 국정화 철회냐 강행이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같은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과 강만길 전 상지대 총장, 김정기 전 제주교대 총장 등 역사학계 원로 10명은 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계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국정교과서를 정부가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서 친일·독재 미화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우상화 외에도 기본적인 사실관계 오류가 다수 발견되면서 ‘수준 미달 교과서’가 됐다며 국사편찬위원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전 국편위원장은 “교과서 발행 제도를 검인정제에서 자유발행제로 진전하지는 못할망정 국정화로 퇴보하는 것은 나라의 국격을 떨어트리는 일”이라며 “국가의 특정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해 역사교육의 다양성을 말살했다”고 지적했다.

전국 1187개 중·고교 역사교사 1372명도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가 국정화를 철회하고, 이달 중으로 각 학교가 기존 검인정 교과서를 선정해 주문하도록 행정조치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정교과서를 수업에 사용하지 않는 등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같은 날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한국현대사학회 학술세미나에서는 국정교과서가 “기존 검인정 교과서가 안고 있던 편향성을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현대사학회는 2011년 뉴라이트 인사들이 주축이 돼 발족한 단체다.

세미나는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평가와 자국사 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 교수가 사회를 맡아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사 교수가 발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교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정부의 국정화 결정은 국정인지 검인정인지 하는 교과서의 ‘형식적 문제’보다는 편향성의 문제와 그 극복이라는 ‘내용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이 전 국편위원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양 명예교수는 국정교과서 서술 내용 중 논란이 된 ‘대한민국 수립’에 대해 한 발 더 나아가 ‘건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10일 시교육청 강당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함께하는 역사교육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토론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1인시위도 할 예정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