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리뷰] '판도라' 무능한 정부 꼬집는 리얼 재난영화

입력 : 2016-12-03 14:00:00 수정 : 2016-12-05 08:22: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판도라'는 펄펄 끓는 용광로 같은 영화다. 136분 짧지 않은 러닝타임 내내 숨쉬기조차 어려운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다. 

방사능 재와 먼지가 자욱한 원전 사고 현장, 그곳에서 희망 없이 피난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더해 현재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럼에도 '판도라'는 한 번쯤 보고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내 최초 원전 재난영화. 영화 '판도라'에 붙은 수식어다. 가까운 나라 일본 후쿠시마에서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가 발생해 아직까지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노후된 원전 관리는 뒷전인 데다 오히려 원전 수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지독한 안전불감증인지, 이권에 눈 멀어 국민의 안위따위는 '나 몰라라'하는 기득권층의 이기심 때문인지 스크린 속 현실은 처참하기만 하다.

'판도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총 세 그룹으로 나뉜다. 사건 현장인 원자력발전소의 직원들, 청와대를 필두로 한 재난 컨트롤 타워, 그리고 어떻게든 발전소를 피해 멀리 떠나려는 평범한 시민들. 그동안 재난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 구조로, 스토리 역시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판도라'에는 특별한 몇 가지가 있다. 앞서 언급한 극도의 긴장감과 더불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방법, 그리고 특출한 영웅이 아닌 우리 가족과 같은 소시민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처음 접해보는 '원전'이라는 소재,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하는 듯한 현실 묘사 때문일 것이다.

앞서 재난영화 '연가시'를 연출해 탁월한 감각을 인정받은 박정우 감독의 뚝심 역시 빛을 발했다. 시나리오 집필부터 개봉까지 총 제작기간만 무려 4년이 걸렸다. 무능한 대통령, 그를 압박하는 총리(실세), 민심과 정반대로 가는 불통의 정부를 묘사해 어찌보면 지금 우리 현실을 기가 막히게 예견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시류에 편승하기보다는 원전의 위험성을 미리 알고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배우 김남길은 주인공 '재혁'으로 분해 현실적인 연기로 희생의 가치와 더불어 묵묵한 울림을 전한다. 김영애 정진영 강신일 문정희 김대명 등 연기파 배우들의 명불허전 연기는 물론이고, 신예 김주현의 다부진 열연이 어우러져 웰메이드 재난영화의 탄생을 알린다. 12세이상관람가. 136분. 12월7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