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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깨우치는 출발점… 참다운 개인을 찾아라

입력 : 2016-11-26 03:00:00 수정 : 2016-11-25 20: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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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훈 지음/에피파니/1만8000원
가장의 근심/문광훈 지음/에피파니/1만8000원


독일 문학을 전공한 문광훈 충북대 교수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의 한국 청년들에게 던지는 저자의 메시지는 묵직하다. 예컨대 카프카를 풀이한 대목에서는 저자의 폭넓은 사고력이 돋보인다.

카프카가 1919년에 썼던 ‘옆마을’ 제목의 산문 중 일부다.

“나의 할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했다. ‘삶이란 놀라울 정도로 짧단다. 지금 나의 기억 속에 밀려드는 사실은, 어떤 불행한 우연은 완전히 도외시한다고 해도, 어떻게 한 청년이 가장 가까운 마을로, 행복하게 흘러가는 평범한 삶의 시간조차도 그렇게 말 타고 가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두려워함 없이, 말을 타고 나설 결정을 할 수 있을지, 나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말이다.”

카프카의 문장은 압축적이고 비유적이다. 그래서 그 뜻이 금방 포착되지 않는다. 이 글의 핵심은 물론 “삶이란 놀라울 정도로 짧다”는 데 있다. 다음 네 부분으로 나눠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삶이란 한 마을에서 다음 마을로 말을 타고 가는 것과 같다. 둘째, 그러나 이 일에서도 ‘어떤 불행한 우연’이 일어난다. 셋째, 하지만 이 불행한 우연이 없다손 치더라도 행복하게 흘러가는 평범한 삶의 시간이란 그렇게 말 타고 가기에는 ‘이미 한참이나 충분치 않다.’ 넷째, 그러니 한 마을에서 다른 마을로 한 청년이 말을 타고 갈 때조차 우리 삶의 평범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문 교수의 글은 작금의 사태가 벌어지기 훨씬 이전에 쓰인 것들이다. 그럼에도 현 사태를 이미 예견한 것 같다. 그는 “한국 사회는, 더러 지적되듯이, 껍데기만 민주공화국일 뿐 거의 모든 중요한 결정은 일부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사회의 상부계층일수록 더더욱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공공성을 깨우치고 참다운 개인 찾기를 주문한다. 저자는 “공적 수준이 이처럼 낮은 곳에서 ‘개인’을 말하고 ‘자기 삶’을 말하며, 나아가 ‘자기형성’이나 ‘자기충실’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 부실한 공공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출발점이 각성된 시민성이라는 사실도 틀림없다. 이 깨어 있는 시민은 개인의 개인다움으로부터 시작되고, 이 개인성의 토대는 성찰능력”이라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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