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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류 금지령’ … 문화 콘텐츠·소비재 수출 ‘빨간불’

입력 : 2016-11-23 20:53:02 수정 : 2016-11-23 21: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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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국제수지 서비스 통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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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밤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을 본 중국인 류모씨. 그는 다음 날부터 이 드라마를 볼 수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심의규정 위반’으로 상영이 막혔다는 메시지가 떴다. 수소문한 결과 갑작스러운 추가 심의로 내년 2월까지 중국에서는 이 드라마를 볼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중국의 한류 금지령 여파로 문화 콘텐츠와 소비재의 대중 수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당장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와 직결된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의 수입(收入)은 지난 6월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류를 이용해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선 소비재 수출에도 악재임이 분명하다는 게 무역업계의 전언이다. 

◆음향·영상 서비스 수입 7월부터 ‘뚝’


23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 6월 9560만달러로 1억달러에 육박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 금액이다. 음향·영상 서비스는 영화, 음악과 드라마 등 TV 프로그램 수출뿐 아니라 연예인들의 해외공연까지 포함해 수입 통계로 잡기 때문에 한류 활성화는 수입 증대로 이어진다.

앞서 음향·영상 서비스 수입은 3월(6890만달러)과 4월(7310만달러)에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다 7월 들어서는 6490만달러로 전월보다 32.1%나 줄었다. 공교롭게도 7월은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에 중국이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던 때이다. 음향·영상 서비스에 따른 수입은 8월 들어 7750만달러로 올라서며 반등하는가 싶더니 9월에는 다시 전월 대비 15.1% 줄어든 6580만달러로 추락했다.

중국은 우리가 문화 콘텐츠를 수출해 가장 많은 무역흑자를 보는 국가이다. 지식재산권 기준으로 지난해 음악·영상 저작권을 통해 가장 많은 1억3860만달러의 흑자를 봤다. 음악·영상 저작권의 전체 무역수지가 2억2910만달러 적자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 의존도가 큰 셈이다. 음악·영상 저작권의 수출로만 따지면 지난해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3%에 이른다. 

◆한류 마케팅 이용 소비재 수출 악영향 우려


전체 대중 수출에서 문화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작년 전체 규모는 1371억2400만달러였고, 올해는 지난달 20일까지 누적 기준 965억35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그렇다고 한류 규제가 대중 수출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작은 것은 아니라는 게 무역업계의 주장이다.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의 박진우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역점을 두고 개척하는 시장이 프리미엄 소비재인데, 상당수는 한류와 엮어 현지 소비자를 상대로 인지도를 높이고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며 “한류 금지령이 장기화하면 이들 프리미엄 소비재의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무역협회가 지난달 대중 수출기업 4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내년 수출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답한 기업 중 12.6%는 ‘한류로 인한 유발효과’를 꼽았는데, 한류 금지령이 길어지면 이들 기업에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무역업계 일각에서는 한류 금지령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든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이 현지 기업의 수출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품과 반제품 등 중간재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중국 당국이 한국산 중간재를 규제하면 자국 기업에도 피해가 돌아가는 만큼 상대적으로 만만한 문화 콘텐츠나 소비재를 타깃으로 정했다는 관측에서다. 박 연구원은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그치지만, 가전과 화장품 등 우리나라 소비재 기업에는 가장 큰 수출시장이기도 하다”며 “한류 금지령에 대한 범정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 유치 파장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연말까지 우리 콘텐츠 업계에 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반기 8억달러를 끝으로 공식적으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엔터테인먼트와 대표적인 소비재인 화장품 관련주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화한 지난 7월8일 이후 이날까지 쇼박스를 비롯한 주요 엔터테인먼트사들의 주가는 평균 23.52% 하락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32.99%)와 팬엔터테인먼트(37.42%), SM엔터테인먼트(31.87%) 등 대형 기획사의 하락률이 컸다. 화장품 업계의 주가 역시 타격이 심하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32.27%)과 잇츠스킨(46.91%), 코스맥스(37.65%), 한국콜마홀딩스(45.04%) 등 대표 업체들의 하락률이 30%를 훌쩍 넘었다.

황계식·김라윤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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