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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현장을 가다] 온난화가 키운 '슈퍼 태풍'… 여름은 '공포의 계절'

입력 : 2016-11-14 21:21:23 수정 : 2016-11-14 21: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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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홍수로 몸살 앓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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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홍수 때마다 유목민처럼 여기저기 떠돌며 생활했다.”

지난달 18일 중국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 태풍 사리카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다. 저장성 동남부에 위치한 원저우는 바다와 인접한 지역으로 아열대성 기후. 늦봄, 초여름에는 몬순 영향으로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고, 한여름에는 태풍 피해가 이어진다. 사리카 상륙 8일 전에는 태풍 차바, 2주 전에는 태풍 메기가 덮쳤다. 차바 때에는 이 지역에서만 주택 4채가 붕괴되고 8명이 숨졌다. 매년 태풍과 홍수 피해가 거듭된 원저우에 재난 대비 상설 대피소가 운영되는 배경이다.

원저우에 10년 이상 거주한 천수전(陳淑珍·36·여)씨는 최근 두 차례 태풍을 떠올리며 “공포스러웠다”고 입을 뗐다. 둘째 출산을 앞둔 그는 “당시 2층에서 창밖을 봤는데 건너편 건물 1층이 점점 물에 잠기는 게 보일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며 “태풍이 오는 여름은 공포의 계절”이라고 회상했다.

중국 민정부에 따르면 9월 말 저장, 푸젠(福建), 장시(江西)성 일대를 강타한 태풍 메기로 6명이 숨지고, 33명이 실종됐다. 142만5000여명이 집을 잃고 떠돌았다. 천씨는 “10년 전만 해도 태풍 때마다 인근 건물이 모두 휩쓸리면서 유목민처럼 곳곳의 작은 대피소를 옮겨다녔다”며 “지금은 당국 조치로 홍수에 휩쓸리지 않는 튼튼한 건물이 생겨서 다행”이라고 한숨 쉬었다.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에 거주하는 천수전씨가 지난 9월29일 폭우로 주변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
◆탄소배출 1위, 부메랑처럼 돌아온 태풍 피해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슈퍼 태풍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과거 동아시아 지역은 7∼8월에 태풍이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9∼10월에 메기, 차바 등 큰 태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하면서 예측불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나고야대학 지구수환경연구센터그룹은 지난해 1월 동아시아 지역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슈퍼 태풍의 강도가 금세기 말까지 눈에 띌 정도로 증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캘리포니아대 스크립스 해양학 연구소도 “지구온난화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상륙하는 태풍이 지난 40년 사이 15% 더 강력해졌다”며 “특히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최고 강도인 4~5등급 태풍(슈퍼태풍) 발생 비율이 1978년 이후 2∼3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태풍은 폭우를 동반하면서 홍수,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남긴다. 내진 설계와 방제 등 대비가 잘 된 도시는 피해가 덜하지만 산간 등 시골 지역은 피해가 극심하다.

태풍 메기로 지난 9월 27∼28일 이틀 동안 758㎜의 폭우가 쏟아진 원저우 원청(文成)현은 폭우 여파로 산사태가 발생, 6채의 가옥이 휩쓸리며 주민 6명이 실종됐다. 같은 날 리수이(麗水)시 쑤이창(遂昌)현의 쑤춘(蘇村) 마을은 산기슭이 통째로 밀려 내려오면서 전체 37가구 가운데 20가구의 집이 사라졌다.

앞서 9월 16일 중추절 연휴를 맞은 중국 남동부를 강타한 태풍 므란티가 저장성 아래의 푸젠(福建)성 일대를 덮쳐 7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70만여명에 달했고, 직접적인 경제 손실만 약 16억6000만위안(약 2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장(浙江)대 류웨이핑 환경·자원학원원장은 “저장성 남부 지역은 태풍, 홍수, 산사태의 피해가 잦은 곳”이라며 “지금은 많이 대비가 돼있지만 환경오염을 막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탄소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이 부메랑처럼 그 피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브리티시가스가 지난 5월 공개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지도’(2014년 기준)에 따르면 ‘세계의 공장’ 중국은 105억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미국(53억t), 인도(23억t), 러시아(17억t), 일본(12억t) 등이 그 뒤를 잇는데, 2∼5위국을 합쳐야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류 원장은 “중앙정부가 올해 초 화력발전소 인가를 중단하고, 지난달에는 진행 중이던 발전소 건설을 중단시켰다”면서도 “하지만 지방정부는 경기진작을 위해 지난해 수백개의 화력발전소를 승인하는 등 정부 지침이 전국으로 확대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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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경험… “수자원 관리 우선 실시”

상하이(上海)·항저우(杭州) 등이 속해 있고, 산업과 무역이 발달한 저장성은 당국의 환경정책이 가장 먼저 시행된다. 화공, 제지, 염색 등 대규모 공업지역이 밀집된 항저우는 최근 수자원 관리 감독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공업 폐수 등 오수 처리 시설이 총 53곳으로, 처리장 규모에 따라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오수는 최소 30만t에서 130만t이다. 항저우 일대에는 60여개의 환경 검측소가 있어 물과 공기의 오염도를 측정하고 있다.

저장성이 수자원 관리에 적극 나서는 배경은 과거 경험 때문이다. 지난 6월 중국의 NGO 단체인 ‘자연보존 국제팀’ 과학자들이 중국 30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베이징(北京), 상하이, 항저우 등 대도시 지표수의 75%가 심하게 오염됐다. 더 이상 인간이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실제 2014년 여름 창난(蒼南)현 룽강(龍港)진의 신메이저우(新美洲)촌을 흐르는 하천 일부 구간이 핏빛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을 경악시켰다. 하천 주변에 생활 쓰레기가 많았지만, 화학공장은 없었다. 장기간의 수질오염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십 년 전부터 각종 공장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면서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에 시달린 저장성 등 동부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에 매우 민감하다. 하지만 특정 오염에 대한 당국의 검사와 발표가 지연되면서 불신이 쌓였다.

이는 중국 환경보호국이 지난 3월부터 환경 검측에 무관여 원칙을 적용, 검증 기관을 민간 전문가 기업에 맡긴 배경이다. 정부 당국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오염물을 검측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다.

항저우환경보호과학기술자문유한공사는 항저우 일대의 공장과 기업들의 폐수 처리 상태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시설을 갖췄다. 지난달 19일 만난 심해부의 짱젠민(臧建明·50) 부장과 리창핑(李昌平·31)씨는 “환경보호 자문, 폐수처리 공정과 기술 연구, 기업의 심사·허가 등을 관리 감독한다”며 “50여명의 전문가를 갖추고 있으며 항저우 인근 20여개 업체에서 환경평가보고서를 받아 3개월마다 재검사한다”고 말했다.

짱 부장은 “중국이 환경 오염 주범국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의 환경보호 정책은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장성=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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