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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뮤직' 상륙 3개월…현지화는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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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7 18:01:51 수정 : 2016-11-07 18: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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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5일 새벽 국내에 깜짝 출시된 ‘애플뮤직’이 서비스 시작 3개월을 맞았다. ‘3개월 무료 서비스’가 종료되는 시점을 맞아 애플뮤직의 등장이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소비자들의 관심이다. 일각에서는 애플뮤직이 현지화에 실패한 넷플릭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지화 갈 길 멀고 호평·혹평 엇갈려

7일 음원 업계에 따르면 애플뮤직과 엠넷닷컴, 멜론 등 국내 대표 음원서비스들의 음원 유통 관련 협상은 전혀 진전되지 못했다. 애플뮤직 등장 초기에 지적됐던 ‘국내 음원 부족 문제’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는 얘기다.

멜론 관계자는 “애플뮤직과는 애초에 문제가 됐던 수익배분 기준의 차이가 좁혀지지 못해 음원 유통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국내는 정가를 기준으로 배분하는데 애플뮤직은 할인가를 기준으로 하니 원작자에게 마케팅 비용을 전가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애플뮤직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언급하며 대안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도 협상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엠넷닷컴 측도 “국내 음원 시장 특징상 통신사 할인, 패밀리요금 프로모션 등이 많은데 애플뮤직의 주장대로라면 결과적으로 콘텐츠가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로엔, KT뮤직, CJ E&M 등 국내 대형 음원유통사와의 협상에 실패한 애플뮤직은 SM엔터테인먼트, JYP, YG 등 3대 기획사와 직접 음원 유통 계약을 맺었지만 제공하는 국내 음원이 너무 적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실제 3개월 무료 체험 후 해지를 고려하는 소비자 대부분이 ‘한국 노래, 특히 최신 가요가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3000만곡을 보유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정작 이를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기결제 여부를 고민 중이라는 애플뮤직 사용자 이모(25·여)씨는 “K-팝을 많이 듣는다면 최신곡, 인기곡 절반은 없다고 봐야 하니 확실히 곤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0)씨도 “결국 3대 기획사 소속가수 음원이 아니면 없다는 얘기이니 국내 음원이 너무 빈약한 데다 해외음원도 외국 계정 애플뮤직에 비해 훨씬 적다”며 “때맞춰 프로모션 중인 국내 음원업체로 갈아탈 것 같다”고 답했다. 여기에 지난 9월 애플이 iOS 10으로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한 후에는 기능 버튼을 찾기 힘들어졌다는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대한 불만도 더해졌다.

한편 애플 마니아층이 워낙 굳건한 데다 사용자 맞춤형 추천서비스인 ‘뮤직 큐레이션’ 등에 대한 반응이 좋아 애플뮤직의 실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시선도 있다. 무료 사용 기간 종료 후 애플뮤직을 계속 쓸 것 같다는 직장인 이모씨는 “추천하는 음악이 내 취향에 맞게 잘 나와서 직접 선곡리스트를 짜는 번거로움 없이 편리하다”며 “K-팝이 없어 처음엔 불편했지만 덕분에 외국곡이나 다양한 장르 음악을 많이 알게 돼 좋다”고 밝혔다.



◆끄떡없는 국내 음원업체, 유료가입자 오히려 상승

이런 가운데 멜론, 벅스 등 국내 음원업체들은 애플뮤직 국내 출시 이후에도 유료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분기당 10만명 수준이었던 멜론 유료가입자 수는 지난 10월 한달 동안에만 10만명이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3분기 말 기준 80만명의 유료가입자를 확보한 벅스가 연말까지 이용자 100만명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멜론과 벅스는 각각 카카오와 결합한 ‘멜론 4.0’, ‘스트리밍 서비스 월 3000원’ 등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붙잡고 있다.

특히 벅스는 단순 가격할인 차원이 아닌 음악, 커피 할인, 웹툰 이용권 등 통합 멤버십을 통한 가입 고객 충성도 높이기에 나섰다. 지난 9월말 SK텔레콤과 첫 협업 상품인 ‘벅스 익스트리밍’(월 6600원에 데이터 무제한 무료로 벅스 음원 재생)을 출시했고, 8월 중순 ‘니나노클럽 시즌 3’(월 8900원 요금제를 3000원에 1년간 제공, 첫째 달은 무료에 코미코 웹툰 자유이용권 월 5000원 상당 제공)를 시작한 후 1, 2분기보다 훨씬 가파른 유료가입자 성장 추이를 보였다. UI 또한 애플의 iOS 9 버전에 향수를 가진 이용자를 겨냥한듯 이전 iOS UI와 유사한 디자인을 선보여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지화 진통 중인 ‘넷플릭스’와 닮은 꼴?

이 같은 애플뮤직의 고전에 업계는 지난 1월 국내 진출 후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어 온 넷플릭스와 애플뮤직이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초창기에 빈약한 한국어 콘텐츠 및 최신 콘텐츠와 미국 현지 드라마 등의 느린 업데이트 문제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전세계적으로 넷플릭스 이용자 3분의 2가 TV로 넷플릭스를 보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이게 쉽지 않다는 점도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TV 유료방송사업자, 통신사 IPTV 등과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을 맺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케이블TV 업체 딜라이브와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CJ헬로비전, 티브로드에 이어 업계 3위(점유율 7.23%)에 불과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경우 초창기에 비해 부족한 콘텐츠를 채워가고, 구식 폰트나 포스터 등에 대한 소비자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들여 개선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용 콘텐츠는 대부분 한국어 더빙을 제공하는 등 한국 시청자를 위한 맞춤형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애플뮤직 역시 향후 국내 소비자 요구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주요 음원 업체들과 타협해 콘텐츠 서비스의 질을 높여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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