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도 야권의 중립내각 구성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정치권의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뛰어넘는 중립내각은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정국수습방안으로 거론되는 책임총리제든, 거국중립내각이든 이름의 차이일 뿐 결국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통화에서 “대통령제에서는 여야가 함께 참여해 국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며 “여야가 연정을 통해 함께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내각제와는 달리 시스템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립내각 구성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신 교수는 “중립내각 구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민심이반의 속도와 시간의 문제로, 박 대통령의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민심수습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검토하는 시늉은 하겠지만 박 대통령이 완전히 국정에서 손을 뗀다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중립내각의 권한과 형태에도 다양한 논의가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이날 비상시국 간담회를 열고 “여야가 합의하는 총리를 임명하고 권한을 모두 위임해야 한다”며 “외교까지도 총리 및 내각으로 넘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치는 중립내각에 맡기고 국가 수반으로서의 외교적 책임은 대통령에 남겨두자는 그간의 방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진실 은폐 시도를 막는 게 우선이라며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대해선 내주 초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