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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은 왜 잊혀졌는가?… 여성신화의 원형을 찾아서

입력 : 2016-10-29 03:00:00 수정 : 2016-10-28 19: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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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캠벨 지음/구학서 옮김/청아출판사/1만8000원
여신들/조지프 캠벨 지음/구학서 옮김/청아출판사/1만8000원


‘비너스’라는 불리는 조각들이 있다. 프랑스 서남부, 남동부 지역에서 각각 발견된 ‘레스퓌그의 비너스’(서기전 2만5000년경)와 ‘로셀의 비너스’(〃), 독일 남동부의 ‘페터펠스의 비너스’(서기전 1만5000년경) 등 비너스 조각상은 프랑스 서부에서 바이칼 호수를 거쳐 중국 국경까지 널리 분포하는 ‘최초의 우상’이었다.

비너스는 공통적으로 허리와 가슴을 강조한다. “여성의 반복적 출산과 양육, 즉 신비로운 생산력을 상징하는” 부분이다. 자연이 여성에게 준 고유한 힘에 선사인들도 주목했던 것이다. 얼굴이 없다는 점은 또 다른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것은 각자의 개성 대신 본성을 드러나게 만드는 매개물로, 있는 그대로 여성의 신비적 측면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다. 남성을 나타낸 그림들과 비교하면 옷을 입지 않고 있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동굴벽화 속 남성들은 무당처럼 몇몇 종류의 옷을 입고 있다.

세계적 신화학자인 저자는 ‘숭배의 대상이 된 최초의 물체’들을 분석하며 “신성(神性)을 구현함에 있어 여성은 단순히 그녀 자신의 본성과 특성을 드러내면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여성은 자연의 원칙을 대변하며, 우리는 여성의 육체에서 태어난다. 반면 남성은 사회적 원칙과 역할을 대변한다”고 강조한다.

생명을 낳고, 키우는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은 대지의 마법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여신의 역할은 신화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고, 공동체에서 여성의 특권도 함께 커졌다.” 여신이 강조된 신화는 경작 문화의 산물이었고, 여신의 막강한 권력과 영광의 시기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와 나일 계곡에서 일어난 문명의 여명기와 같은 시기였다. 두 지역에서 나타난 여신들의 처음 형상은 팔에 어린아이를 안고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저자가 셈족, 인도·유럽 인종으로 특정한 유목민족의 침략은 여신의 지위 하락으로 이어졌다. 유목민족은 청동무기를 사용하고 전쟁용 마차를 끌었다. 이들은 침략자들이었고 “전사 민족들이 최고신으로 섬기는 신의 성품이란 침략자 자신들의 성품과 마찬가지”였다.

마르두크, 야훼, 제우스, 토르, 인드라 등 익숙한 남신들이 신계(神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바빌론의 서사시에서 태양신이자 젊은 남신 마르두크가 원시 바다의 늙은 여신 티아마트를 굴복시킨 사건은 보편적 자연 여신이 출현했던 지역에서 여신에 대한 충성심이 정치적으로 안정된 여러 부족 신들로 옮겨간 결정적인 시기를 명시한다.

남성 신화에 덮이고 통합된 여성 신화의 맨 얼굴을 찾아가는 책이다. 저자는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여신들의 형상, 역할, 상징 등 다양한 방면에서 변화된 여신의 형상을 탐구한다. 그것은 남성중심 사회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여성들에게 독자적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여성은 오직 남성과의 경쟁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이러한 사정 때문에 자기 본연의 본성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성은 그 자체로 대단한 존재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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