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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선고 3년, 안락사 대신 자연사를 선택했다

입력 : 2016-10-25 15:27:07 수정 : 2016-10-25 15: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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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조직 이상으로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 미국의 한 여성이 안락사가 아닌 자연사로 인생을 마무리할 뜻을 드러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전면전에 나서게 된 건 보험사의 통보 때문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스테파니 패커(33)는 폐 조직이 점점 딱딱해지는 병을 앓고 있다. 네 아이를 둔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숨쉬기 어려워지는 것을 느낀다.

진단이 내려진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의사들은 스테파니가 3년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그는 잘 버텨왔다. 하지만 여전히 매일 아침 눈 뜨는 게 축복이라고 여길 만큼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희망이 없는 환자가 의사의 도움하에 목숨 끊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체에 치명적인 약을 쓰는 방식이다. 존엄사(death with dignity) 혹은 소극적 안락사(euthanasia)로도 표현할 수 있다.

스테파니도 해당한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살아남기로 결심했다. ‘죽음’을 접하는 것도 자녀에게 훌륭한 교육이 된다고 말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의사들이 화학치료를 권했을 무렵, 스테파니는 보험사로부터 한 가지 소식을 접했다. 보험료를 부담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험사는 “나를 죽일 수 있는 약(drugs to put her to death)을 쓰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괜찮다. 약간의 돈만 부담하면 비용은 지원해줄 수 있다”고 답했다.

스테파니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겨우 보험사가 화학치료에 들어가는 약품 지원을 인정했으나, 스테파니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존엄사를 지지하는 현지의 한 단체 관계자는 “보험 업계에서 치료 연기나 거절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테파니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며 “사람들은 늘 제약 회사를 상대로 싸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각자가 원하는 바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물론 거기에는 인생을 지속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뉴욕포스트는 “오리건주, 워싱턴주, 버몬트주,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몬태나주에서는 살 날이 6개월 이하 남은 환자들의 안락사를 허용한다”며 “내달 8일 콜로라도주에서도 이들 정책에 동참하는 것을 놓고 투표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뉴저지주와 뉴욕주에서도 조만간 비슷한 움직임이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소식을 전한 뉴욕포스트의 기자는 “스테파니가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은 끝까지 싸우는 것”이라며 “그의 용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태파니에게 많은 이들의 응원이 닿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미국 뉴욕포스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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