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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서울, 도시재생에서 해법 찾다] 기술·예술·청년 어우러져… 창의제조업 중심지 만든다

입력 : 2016-10-16 23:14:07 수정 : 2016-10-16 23: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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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세운상가, 도심제조업 허브로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던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가 지난 15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상상력발전소 프로젝트 - 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를 보러온 사람들이었다. 아날로그TV를 분해해 영상을 반전시키거나 소리를 영상신호로 변환하는 보드를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사이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백남준의 엔지니어였던 이정성 장인 등 세운상가의 전기·전자회로·레이저·로봇제작 기술장인들과 미디어아트·음악·조명아티스트들의 3개월간 기술 교류 결과물이었다.

이날 사람들이 마주한 기술과 예술, 창의 정신의 융합이 앞으로 4년간 도시재생 과정을 거친 후 만나게 될 미래의 세운상가 모습이다. 탄탄한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형성된 ‘신산업생태계’인 셈이다. 

‘세운상가 그리고 메이커스’에 참여한 시민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이정성 장인의 설명을 들으며 아날로그TV를 분해해 영상을 반전시키고 소리를 영상신호로 변환하는 보드를 직접 만들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도심 내 제조업의 필요성


세운상가 재생사업이 본격화하면서 1990년 이후 쇠락을 거듭했던 서울 도심내 제조산업도 부활의 날개짓을 하고 있다. 2020년까지 2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재생 프로젝트는 전자·전기, 금속·기계, 인쇄·출판 등의 산업군이 1km가량 길게 이어진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등의 제조클러스터 복구에 방점을 찍고 있다.

베트남 참전 이후 발달한 금속·기계산업과 민주화 과정에서 부흥기를 맞은 출판·인쇄업 등 이 지역의 제조업 발달은 대한민국 역사와도 연결됐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서울의 도시재생은 도심의 제조업을 외곽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아파트와 고부가가치를 내세운 서비스업 등의 다른 산업을 들이는 데 집중됐다. 공장 대신 고층빌딩이 번듯하게 들어섰고, 서울의 제조업 일자리는 지난 10년간 25만개가 사라졌다.

한때 전기·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렸던 세운상가 역시 시설 노후화와 용산 상권의 발달 등으로 사업장의 75%가 매출 감소에 시달렸다. 나이 든 장인들의 은퇴와 이탈이 잇따르면서 2003년 4만5000여개에 이르던 세운상가 일대 사업체는 지난 10여년간 3만6000여개까지 줄었다. 1980년대까지 서울에서 가장 큰 기계 주형 클러스터였던 왕십리는 2000년대 진행된 재개발 이후 기술자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해체됐다.

세운상가는 왕십리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시간적·공간적으로 분절됐던 세운상가의 산업을 연결한 창의 제조업 구축이 목표다. 완제품을 사고파는 상인(商人) 대신 기술자와 예술가, 벤처창업가 등 장인(匠人)이 어우러진 공간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오래된 전자제품을 수리해주는 ‘수리수리얍’에 접수된 카세트 플레이어, 턴테이블 등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
서울시 제공
◆“기술이 부활시킨 추억”… 시민들 호응


지난해부터 추진된 상상력발전소 프로젝트와 세운리빙랩, 세운상가수리협동조합, 손끝기술학교 등이 창의 제조업의 예비단계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턴테이블과 전축, CD 플레이어 등 오래된 전자기계를 세운상가의 장인들이 수리해주는 ‘수리수리얍’에 총 179건의 수리 신청이 들어왔다. 1차에서 30건이었던 수리 신청은 3차에서는 3배가 넘는 99건이 접수될 만큼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가 들고온 전축”, “40년 전 초등학교 때 추억이 담긴 선풍기”, “고등학교 때 용돈 모아 산 한정판 발광 피규어” 등 사연도 다양했다. 이달 말부터는 수리협동조합이 설립돼 ‘맥가이버’들의 서비스가 상시적으로 운영된다.

이달 초부터 본격화된 세운리빙랩은 창의제조업을 실현시키는 실험실이다. 오락기와 조명 등 세운상가의 숙련된 기술자들이 예비 청년창업자들의 추상적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공간인 셈이다. 올해 8개의 팀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내년부터는 세운상가 보행데크에 거점공간이 만들어져 청년창업의 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최근 스페이스바와 팹랩연구소, 개방회로, 윤프로덕션, 800/40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미술·전시 예술가들도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등에 둥지를 틀며 기술과 예술의 컬래버레이션(이종 기업 간의 협업)의 가능성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장인의 기술력과 3D 프린터를 활용해 로봇 태권브이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1980년대 “세운상가에서는 탱크와 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는 과장된 옛말이 이제 “세운상가에서는 로봇 태권브이도 만들 수 있다”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양병현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장은 “무형자산인 장인들이 청년사업가들과 만나 융합하면서 세운상가가 도심창조제조산업의 중심지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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